[뉴스핌=정광연 기자] ‘황우석 사태’에 연루돼 과학기술계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는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다소 흠이 있더라고 역량이 있다면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며 박 본부장의 사퇴거부에 힘을 실어줬다.
박 본부장은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민들에게 실망과 충격을 안겨 드려서 죄송하다. 황우석 사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다"면서도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으며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며 자진 사퇴를 거부했다.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진=뉴시스> |
나아가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일로써 보답드리고 싶다"며 "많은 분들의 지적을 더 아프게 받아들이고 연구자들의 입장에서, 또한 국민의 요구와 산업계의 요구를 수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과학기술혁신체계,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업무수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과학기술본부장에 발탁된 그는 임명 직후부터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재직하던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음에도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박 본부장은 2006년 보좌관직에서 사임했지만 추가 징계를 받지 않았다.
여기에 2001년에서 2004년까지 황 전 교수로부터 전공과 무관한 연구과제 2건을 위탁받으며 수령한 정부지원금 2억5000만원 일부를 부적절하게 집행했으며 최종 연구개발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과학계에서는 박 본부장의 임명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젊은 과학자들의 모임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는 지난 9일 박 본부장 임명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신설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경우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산 심의·조정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과학기술 정책 집행 컨트롤타워라는 점에서 부격적 논란이 거센 박 본부장을 임명해야 하느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다소 흠이 있더라고 이 부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다면 본인이 결정하기 않겠는가”라며 박 본부장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본부장을 둘러싼 부적격 논란을 당분간 확산될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