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겨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의 핵심은 부정한 청탁에 따라 청와대가 정부기관에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 외압으로 인한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정에 출석한 공정거래위원회, 국민연금공단,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청와대의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 역시 이 부회장의 판단과 상관없이 각 계열사 개별적인 판단에 따라 각 사안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 국민연금·공정위 "삼성물산 합병, 특혜 아냐"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제일모직과 합병안건을 통과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 측 우호지분이 19.78%인 상황에서 삼성물산 지분 약 10%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찬성 없이는 합병이 불가능했다.
채준규 전 국민연금 리서치팀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합병에 찬성한 이유는 외압이 아닌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채 전 팀장은 "국민연금이 100조원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데 이 중 삼성전자가 15조원 가량을 차지한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후 삼성전자가 기업 분할하면 20% 가량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고 증언했다. 반대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손실 가능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들 역시 합병 후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처분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는 없었다고 했다. 당초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하라고 결정했다가 이를 다시 500만주 처분으로 번복했지만 공정위의 자체 판단이었다는 설명이다.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은 "청와대나 경제수석실에서 해당 건에 대해 관심있어 한다는 것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차관급인데 장관급인 내게 외압을 넣었다면 오히려 화를 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도 "처분 주식 수가 변동된 것은 법 해석상 문제에 따른 자체 판단"이라며 삼성의 로비 때문이라는 특검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했다.
◆ 금융위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불가'에 靑 압박 없었다"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지시나 압력은 없었다는 게 증인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삼성생명은 2016년 1월 중간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순환출자구조를 단순화하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4)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한달여 뒤 금융위는 유배당 보험계약자 보호 문제와 대규모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는 점 등 실행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정리한다. 금융위는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독대 다음날인 2016년 2월 15일 승인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삼성은 독대에서 관련 청탁을 했다면 반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불허 자체가 독대에서 청탁이 없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당시 금융위 실무자였던 김연준 과장과 김정주 사무관은 "금융위 내부 분위기는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해 보수적이었고 그 기조가 바뀐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로부터 외압이나 지시를 받은 적 있냐는 질문에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측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편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했다는 것은 막대한 편견"이라며 "실제로는 대통령이 도움을 준 사실이 전혀 없고, 오히려 단독면담 직후 개별 현안들이 삼성의 의사와는 달리 무산된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