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살충제를 사용한 산란계 농장의 59%가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HACCP·해썹)을 획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부의 부실한 식품인증관리 배경에는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한 뒤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농피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마트 계란판매대에 판매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국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 결과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49개 농장 중 29개 농장이 해썹 인증을 받았다.
해썹은 식품 원재료부터 생산과 제조, 가공 및 조리, 유통 등의 과정에서 위생을 관리하는 체계다. 식약처 산하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인증을 부여한다.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살충제 잔류 검사를 해썹 인증 기준에 포함시켰지만 살충제 계란을 걸러내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도 부실하게 친환경 인증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환경 인증은 민관 인증 기관이 맡고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감독한다.
정부가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49개 농장 가운데 친환경 농장 인증을 받은 곳이 31곳이나 나온 것이다.
이들을 포함해 친환경 인증 기준에 미치지 못한 농가는 총 68곳이었다. 전체 친환경 농가 683곳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살충제가 기준 이하로 검출돼 안전하긴 하지만 친환경이라고는 할 수 없는 곳들이다.
이 같은 살충제 계란 사태 배경에는 정부에서 친환경 농산물 인증 업무를 담당하다 퇴직한 뒤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농피아'(농축산 공무원과 마피아 합성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으로 지정된 민간업체 64곳 중 5곳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출신 퇴직자가 대표를 맡고 있다. 대표가 아닌 임직원으로 일하는 농피아도 수십명에 이른다.
이번 전수조사에서도 농관원 출신이 운영하는 2개 업체가 인증한 친환경 농장 6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한 정부의 관리시스템이 민간기관으로 하여금 친환경 인증을 남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농관원을 퇴직한 전직 직원 중 일부가 친환경 농산물 인증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김 장관은 향후 친환경 인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