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한기진 기자 ] "중국쪽에서 한국 자동차부품사에 6개월째 납품 대금지급을 미루고 있어, 자동차 부품업체 다 죽게 생겼다."
"모든 데이타가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라고 보여준다."
"일본, 독일보다 저가 자동차 수출하는데 임금은 더 높아져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다."
22일 서울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진단과 대응' 간담회는 "살려달라"는 자동차업계 종사자들의 하소연 자리였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부품업체들은 2월 납품대금을 6개월째 못 받고 있다"면서 "오늘 현대차 노조가 파업하면 납품이 얼마나 더 줄어들지, 내일모레는 협력업체에 대금을 줘야 하는데 못 줄것 같아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영섭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중국에서 납품 대금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을 완성차가 현금지원하고 은행대출도 중개해주며 현금유동성을 맞춰주고 있지만 얼마까지 갈지 우려된다"고 했다.
민주노총 참가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총파업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
이런 가운데 기아차 상여금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잇단 파산도 우려했다. 신달석 이사장은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에서 패소하면 지금처럼 납품업체에 대금을 빨리 줄수 없어 부품사들이 대단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자동차산업 위기는 중국의 사드보복 말고도 국내외적 총체적인 이유로 위기에 처한 것으로 진단됐다.
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자동차 산업 위기 원인을 ▲사드 문제로 중국 완성차 및 부품 무역 차질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저비용 생산구조에 따른 가격 경쟁력 열세 ▲독일, 미국,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가의 강화된 자국 산업발전정책 등 3가지 요인으로 구분했다.
김 학회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가격, 품질, 제품 경쟁력 어느 한 부분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사관계는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 회사는 고정비가 늘어나게 되고 결국 연구개발 비용이 줄어들어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들은 "노사관계 문제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우리나라 노사문제를 포함한 각종 제도나 환경이 국제 표준에 맞도록 제도가 운용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내수시장 안정화를 위해 정책적인 지원 제도를 고려해 주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황은영 르노삼성 본부장은 "좋은 차, 경쟁력을 갖춘 차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환경이 이뤄져야 투자도 늘어난다"라며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지만 연세대 교수는 "모든 데이터 측면에서 자동차 위기가 분명하다"며 "3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세계 5위로 추격하는 상승세에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추격은 커녕 방어도 힘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기야 올해 인도에 5위 자리를 내주고 조만간 7, 8위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위기상황을 노사정이 모두 공감하고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인 자리가 필요하다"며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