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한기진 기자] “3000여 자동차부품협력업체가 공멸한다.”
자동차부품업계가 한 목소리로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와 노조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드 보복 등에따른 판매급감과 노조 총파업, 통상임금 소송분쟁 등 완성차 업계의 어려움이 그대로 부품업체에 전가되고 있어서다. 완성차 업체보다 영세하기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은 더 크다는 하소연이다.
자동차부품 제조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사장 신달석)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자동차부품산업계 위기 극복 지원 호소문’을 발표했다. 자동차부품업계 대표들도 일제히 공동 명의로 참여했다.
자동차부품 대표들이 9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회에 참석해 '자동차부품 산업 위기 극복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앞줄 좌부터) 자동차조합 고문수 전무이사, 유라코퍼레이션 엄대열 대표이사, 덕일산업 유기덕 대표이사, 한국자동차산업학회 김수욱 회장(서울대 교수), 자동차조합 신달석 이사장, 진합 이영섭 대표이사, 동보 김재경 대표이사, 선일다이파스 김영조 대표이사, 대원강업 허승호 대표이사, 코리아에프티 오원석 대표이사, 오토 김선현 대표이사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조합> |
요지는 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자동차부품업계가 공멸할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우선 중소부품업계의 경영이 크게 악화됐다. 완성차업계의 생산과 판매 부진으로 납품이 감소했다.
완성차 생산량은 2011년 이후 450만대에서 지난해에는 422만여로 30여만대 감소했다. 인도에도 밀려 세계 6위로 내려앉았다. 자동차 수출은 10년 넘게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유지했지만 사드보복 여파로 올해 상반기 멕시코에게 3위 자리를 빼앗겼다.
실제 상반기 수출량(132만 1390대)은 2009년(93만 8837대) 이후 8년 만에 최저다. 중국 시장 판매는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40% 이상 급감했고, GM 유럽 철수에 따라 한국GM의 수출 규모도 대폭 감소했다.
신달석 이사장은 “완성차 매출액의 절반에 가까운 부품을 생산·납품하는 중소 협력부품업체 또한 매출액 감소, 가동률 저하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동성 위기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완성차 생산·판매 부진으로 납품이 줄어든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도금, 열처리, 주물, 단조, 금형 등 자동차산업 뿌리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 산업은 자동화가 어려운 노동집약적인 업종으로 근로시간 단축은 곧바로 인건비 상승과 생산차질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기아자동차의 상여금 통상임금 소송 불안감이 크다. 패소시 3조원 이상의 우발적 채무가 예상된다. 이러면 기아차는 유동성 부족으로 협력부품업체에 대한 대금 결제에 차질이 우려된다. 게다가 통상임금 소송은 자동차업계가 비슷한 임금체계를 갖고 있어 부품업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아차가 패소 시 부품업체들도 같은 처지에 처할 확률이 매우 높다.
신 이사장은 “기아차 의존도가 높은 영세 부품협력업체중 자금조달이 어려운 업체는 심각한 유동성위기에 처할 위험이 크다"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특성상 어느 한 모기업체 위기는 전후방 3000여개 업체간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통상임금소송은 소송금액과 소송인원 모두 최대규모라 향후 통상임금 판결의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완성차업계의 경영악화는 부품업체의 유동성 위기, 노사간 소송 분쟁 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