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성상우 기자] # 빌딩승강기에 20대 남성과 여성이 같이 탔다. 문이 닫히자 남성이 여성에게 이유없이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여성은 아무런 저항을 못하고 맞기만 했다. 이 상황은 경보신호와 함께 건물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승강기 안을 비추던 CCTV가 스스로 폭행 행위를 감지한 것. 범죄 상황임을 확인한 관리자는 즉시 경찰에 신고, 추가 범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서울 역삼동 소재 'ㅅ빌딩'에 설치된 '승강기 폭행' 실시간 감지 실제 상황이다. 승강기 CCTV에 내장된 폭행 영상 검출 모듈이 폭행 행위를 스스로 검출해 경찰에 신고하거나 관리자에게 알린다. 현장을 직접 찾아 체험한 결과 이곳 승강기에선 팔 또는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하는 장면이 CCTV 화면에 포착되면 관리자에게 적색 경보화면과 함께 해당 영상이 전송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스타트업 GY네트웍스가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영상분석 기술 덕이다. 분석 모듈이 딥러닝 방식으로 100만건 이상의 영상 데이터를 학습, 99.45%의 정확도로 사람의 폭행 행위를 검출해낸다. 폭행이 감지된 순간 스스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관리자에게 알리도록 각 건물의 상황에 맞게 대응 시나리오를 설정할 수 있다.
창업자인 방승온 GY네트웍스 대표는 "승강기 내의 폭행을 검출하는 알고리즘은 세계 최초"라며 "수사기관의 수사 등 주로 사후조치로만 대응할 수 있었던 승강기 폭행에 실시간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방 대표는 CCTV 제조업체에서 해외영업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 CCTV와 AI 결합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스스로 식별하고 행동하는 AI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CCTV 및 보안업계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중국산 제품과 차별화도 이룰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수 개월 고민 끝에 뜻 맞는 엔지니어들과 모여 지난해 1월 법인을 설립했다.
창업 후 방 대표가 가장 집중한 차별화 요소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 맞춤이전(Tech Deliverly)' 서비스다. 영상 분석 기술을 의뢰 기업의 상황에 맞게 맞춤 적용했다. 응용 서비스까지 제작·제공하는 '커스터마이징' 서비스의 가격을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의 1/10 수준으로 책정했다.
얼굴 인식·열 감지 등 인접 영역 기술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 기술을 확장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GY네트웍스 영상 분석 기술의 강점이다. 운전자의 '졸음 움직임'을 감지하고 경보를 울리는 졸음 방지 기능을 비롯해 산불 감시, 미아 찾기 기능도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방 대표는 "높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던 중소형 업체들에게도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시장 자체가 급속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GY네트웍스의 기술은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잇따라 선택받고 있다. 미국 자동차부품업체 '보쉬(bosch)', 이스라엘의 최대 가전 유통업체 '드라코(DRACO)' 등과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선 대형 보안업체 한 곳과 납품 계약을 맺고 오는 9월부터 본격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주거 공유 업체 '오쉐어하우스'에도 시범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영상 검출 솔루션이 폭행 영상을 감지하는 모습 <사진=GY네트웍스> |
올 연말까지의 예상 매출액은 20억원이다. 내년엔 12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계약 체결을 앞둔 보안업체의 전국 서비스 제공 범위와 그 외 납품을 논의 중인 업체들과의 사업 규모를 바탕으로 분석한 예상치다.
일본 승강기 시장을 시작으로 해외 사업도 논의 중이다. 2020년 동경 올림픽을 앞두고 신규 및 재건축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새로 설치될 승강기 CCTV를 목표 시장으로 삼았다. 더 높은 수준의 보안망을 갖춘 승강기 및 건축물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현상도 기회라는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론 핀테크 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현재 보유 중인 얼굴인식 및 심박수 검출 기술을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생체인식 수단으로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대중화된 지문인식 결제의 한계점을 완벽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생체인식 시스템으로 7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핀테크 결제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방 대표는 "5년 뒤 300억 매출 달성이 목표"라며 "CCTV와 핀테크 결제 시장의 대표 기업으로 GY네트웍스가 각인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