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카카오에 이어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셀트리온을 잡기 위해 거래소가 '새 지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구별하지 않고 한번에 투자할 수 있는 컨셉이다.
거래소는 이를 코스피200지수에 버금가는 대표지수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셀트리온을 비롯해 코스닥 대장주들이 수급개선을 이유로 이전상장을 부르짖는 상황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다만, 통합지수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관련 파생상품 활성화는 물론, 연기금들의 충분한 자금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28일 내부 마라톤 회의를 거쳐 코스피200지수를 손 보지 않고 코스닥 대형주(株) 편입비중을 높이는 대체지수(통합지수) 신설로 결론내렸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피200지수에 일부 코스닥 종목을 편입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우량 코스닥 종목들이 많이 들어가는 대체지수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앞서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셀트리온의 이전 상장이 불거지자 코스닥시장 밸류에이션 하락을 우려, 인덱스사업부에 지수 개선 방법을 요청했다. 대안책을 찾으면서 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 자산운용사, 학계 등을 주축으로 한 협의체(TF)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지수를 만들기로 결론냈다.
비슷한 성격의 KRX100이나 KTOP30가 있지만 코스닥 종목 수가 적은데다 현재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와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아예 새로운 지수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거래소는 대안으로 일본의 JPX닛케이지수400을 눈여겨 보고 있다. 2014년부터 도입된 이 지수는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400개)으로 구성돼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양적완화 조치의 일환으로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의 벤치마크지수로 JPX-니케이400을 활용하면서 이 지수에 들어간 기업들이 편입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JPX-니케이400지수 산정 방식이 기존의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 아니라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비재무적성과까지 담고 있어 기관들의 투자를 얻어내기에 적합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코스닥의 부진 이유로 거론돼 왔던 개인 중심의 시장도 바뀔 여지가 있다.
이 박사는 "기존 지수 산출방식과 차별화를 꾀하면서 결과적으로 기관·외국인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통합지수에 편입된 코스닥 기업들은 상당한 수혜를 누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통합지수가 안정적으로 연착륙하기 위해선 선물과 기관의 자금집행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200지수에 맞춘 금융상품 비중이 월등히 높은 상황에서 이 지수와 경쟁하거나 대체할 만한 대표지수로 자리잡기 위해선 시장과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관련 파생상품(선물 등)이 활성화돼야 하며, 연기금도 통합지수에 자금을 일정부분 집행해야 할 것"이라며 "두 가지가 전제되지 않고선 통합지수도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