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에라 기자] "왜 인천시 때문에 부천에 신세계백화점이 못 들어오는건가요? 이렇게 되면 그 어떤 대기업이 부천에 들어오려고 할까요."
경기도 부천의 신세계 백화점 사업이 사실상 물건너가면서 주민들의 허탈함이 커지고 있다. 지난 2년여간 시위까지하며 입점을 바랐던 부천 시민들은 반대를 외치던 인천을 원망하며 지역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김만수 경기도 부천시장은 지난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천 상동 영상문화산업단지 내 백화점 건립을 하기로 했던 신세계의 민간사업자 지위 해제를 위한 법적 절차를 추진하겠다"며 "사업협약 불이행에 따른 협약이행보증금 115억 원과 기회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시가 못 박았던 토지매매계약 기한인 30일 신세계가 끝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세계 측에서는 인천시와 부천시간의 지역 갈등 속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계약 마감 이틀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이 같은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고양 그랜드 오픈식에 참석해 "(신세계 부천 입점을 둘러싼)갈등이 해소돼야만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며 "기다리라고 하면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었다.
사실 이번 사업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신세계가 상동 영상문화단지에 백화점이 아닌 쇼핑몰 스타필드를 짓겠다고 하자 골목상권 위기를 주장한 인천 중소상인들의 반발로 신세계는 기존 사업을 전면 축소했다. 부지 면적도 기존 7만6034㎡에서 3만7374㎡로 절반 정도로 줄이면서 사업에 대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인천 부평 일부 시민상인단체들의 반발이 계속됐고 일부 정치권까지 사업 철회 목소리를 내자 신세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최근 인천시가 부천 신세계 백화점 규모보다 5배나 더 큰 16만3000㎡ 규모의 청라 스타필드 건축을 허가했고 부천 시민들의 불만은 더 커져만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실상 사업이 무산되자 부천 시민들도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천시에 발목잡히면 다른 대기업도 입점을 희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나 처음 신세계가 추진하던 원안대로 스타필드로 인천에 맞불을 놓자는 의견 등도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있다. 한 부천시민(남xx)은 "스타필드가 청라로 넘어가고 부천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말문이 막힌다"며 "왜 부천이 인천에 밀려야 하냐"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시민(김xx)도 "앞으로 (부천 상동 개발) 다른 기업을 선정한다고 해도 어느 기업이 들어오려고 하겠냐"며 대응 계획을 묻기도 했다.
부천시는 향후 상동영상문화산업단지에 직접 참여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천 상동 영상문화산업단지 조감도 <사진=뉴시스> |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