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법원이 기아자동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미지급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주자, 정치권 안팎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잡한 임금체계와 현행 근로기준법에 나와 있는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가 애매모호해 통상임금 산정을 두고 노사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적, 고정적, 일률적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규정했지만, 노사 간 자의적인 해석이 분분했다. 이후 정치권에선 법 개정에 나섰으나 4년여 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회에는 현재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발의한 통상임금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으나 아직 이렇다 할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중인 '근로시간 단축안' 합의가 우선이라고 보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통상임금 문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지도 아직 미지수다.
노동계와 재계가 개정안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도 문제다. 노동계는 사용자가 지급하는 모든 급여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인 반면, 재계는 고정성이 낮은 성과급이나 복리후생비 등은 제외하자는 입장이다.
김성태 의원은 지난해 5월 통상임금의 정의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정 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아자동차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한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김성락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 의원은 "통상임금은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수당 등을 산정하는 중요한 임금결정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그 개념이나 산입범위에 대한 명확한 법규정이 없어 노사 간 이견과 분쟁이 계속돼 왔다"며 "명확한 법적 근거를 통해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용득 의원도 올 2월 상여금이 고정성을 제외한 정기성·일률성만 충족하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에 대해 올해 정기국회 기간 중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단정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이 의원이 낸 법안이 법리 혼란을 축소하는 안으로 생각되지만 늘 불확실성이 있어 입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얘기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통상임금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축적되는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통상임금 적용을 명확히 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또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한 임금 결정에 대해선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박종인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노무사)는 "통상임금 분쟁 중 가장 큰 원인은 유권해석이랑 판례랑 안맞는다는 점"이라며 "분쟁을 해결하려면 입법적으로 노동부 지침이나 유권해석을 법과 판례에 맞춰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2~3년간 대법원 판결 나오면서 통상임금에 대한 규정 정리도 많이 됐다"며 "판결이 축적되면 분쟁은 해결될 문제다. 입법적으로 해결하긴 힘들고 노사 합의로 해결돼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