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대부업이 악덕업자인가요? 저희도 제도권 금융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대부업의 광고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대부업계가 화났다. 불법 허위광고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영업을 위한 합법적인 광고마저 규제하는 건 과하다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채찍질’만 계속되니 나오는 하소연이다.
전문가들은 대부업으로 대표되는 서민금융기관에게도 숨 쉴 틈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업은 지난 2002년 10월 사채업의 양성화를 목적으로 제정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로 탄생했다. 사금융을 이용해야하는 서민을 법으로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법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사채업자 취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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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대출 원가는 대략 연 25~27%다. 이중 조달금리는 연 6%대로 알려져 있고, 인건비와 대손충당금 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원가를 생각해보면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인 현재도 거의 남는 게 없다”며 “27.9%에서도 이윤을 내지 않냐고 하지만 대부분은 금리 인하되기 전에 장기로 계약한 대출들이 꽤 남아있어서 버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내년에 24%로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면 신용대출을 그만두거나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는 업체가 늘어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를 연 27.9%로 내린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신용대출을 중단한 중소 대부업체는 38%에 달했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의 대출도 2015년 9월 94만명에서 지난해 말엔 84만명으로 10% 가까이 줄었다. 대부업체가 대손비율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더 낮은 신용도의 고객, 즉 금융소외층을 배제한 셈이다.
◆ 해법은 대부업체 조달금리 낮추기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지는 만큼) 대출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어야 최고금리가 인하된 상황에서도 서민금융을 계속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이 제시하는 조달금리 인하 방안은 우선 공모사채 발행 허가다. 현재 대부업은 사모사채를 발행 할 수 있지만 공모사채 발행은 막혀있다. 이를 열어준다면 대출원가를 지금보다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모사채 발행을 허용해도 대부업계가 바라는 만큼의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회사채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우리라나 회사채 시장은 A등급 이하는 사실상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공모사채를 발행한다고 해도 대부업 특성상 A등급을 받기는 어려울 거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 공급돼도 살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금업자의 평균 이자수익과 대출원가 |
다른 방법은 은행권 대출 허가다. 현재 대부업체는 1금융권인 시중은행으로 대출을 받을 수 없고, 저축은행에서만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와 금융 환경이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일본은 대부업체에 대한 은행의 대출을 허용한다.
일본대금업협회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주요 자금조달처는 ▲자기자본 59.3% ▲그룹계열회사 26.4% ▲지방은행 22.2%다. 이 중 그룹계열회사는 대개 같은 그룹에 있는 시중은행을 뜻한다. 일본의 대형은행 상당수는 계열사로 대부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자본금이 5억엔 이상인 대부업체들은 은행(20.5%)을, 자본금이 1억~5억엔 사이인 업체들은 그룹계열회사(27.8%)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일본 대부업체 조달비용이 평균 연 1.2%로, 한국(6%대)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금융업 관계자는 “은행들이 ‘고리대금업자한테 돈 빌려준다’는 이미지가 생길까봐 꺼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한국도 은행권 대출을 허가해주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대부업’이라는 명칭을 ‘서민금융’ 등으로 바꾸는 것도 방안으로 제시된다.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얘기다.
이재선 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로 막지 말고, 시장 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