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사에서 ‘민원검사권’을 언급하려다 10분 전에 빼버렸다.
지역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감원의 11개 지원에 민원검사권을 부여해 지역민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이었다. 단기간에 실현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11일 금감원에 따르면 최 원장의 취임사는 취임식을 약 10여분을 남긴 9시50분에 최종 수정됐다. 당초 취임사에 들어있던 '민원검사권'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사라졌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신속처리반, 특별조사팀 등을 조직해 민원 관련 조사 등을 해왔다. 하지만 지역 활동에는 제한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금감원 지원에 민원검사권을 주는 것은 ‘금융소비자 중심의 금융감독’을 강조한 최 원장의 취임사에 핵심 내용 중 하나였다.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지원에서는 직원이 2~3명에 불과한 곳도 있어서 단기간 내 민원 감사를 실시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지원에 인원을 늘리려면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거쳐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먼저 발표해버리면 소비자 혼동만 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금융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할 수 없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취임사에 이 내용이 포함될 경우 금감원이 금융위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 이는 금감원이 금융위에 종속됐다는 비판을 해소해야 하는 최 원장의 입장에서 부담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최 원장의 의욕이 앞서갔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이 외환위기 당시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계에 참석했던 만큼 본인이 생각과 달랐던 부분을 취임사에 담았던 것 같다”며 “의욕이 다소 앞서간 사례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노조는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금감원은 규제완화 요구에 부응하는 곳”이라는 최근 발언이 사실상 금융위 시키는대로 하라는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논평을 냈다.
노조 측은 “최 원장은 금융가독정책 집행기구로서의 금감원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 원장은 이날 취임식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금감원과 금융위의 역할에 대해 “법과 제도 안에서 금감원이 가지고 있는 것은 철두철미하게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