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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만원 연봉자가 최저임금 인상 수혜자된 까닭

기사등록 : 2017-09-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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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산정·적용 개선 필요...수당·상여금 등 업종 특성 고려해야

[뉴스핌=이강혁 기자] #. A대기업(1000인 이상)의 신입근로자인 B씨. 그의 올해 연봉(연간 임금총액-초과급여 제외) 3940만원을 받는다. 지난해 대기업 대졸신입의 평균연봉 3850만원보다 90만원 많다. 그런데도 B씨는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가 된다. 열악한 근로환경도 아니고 적은 연봉도 아닌 B씨가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있다. B씨의 연봉 중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1890만원에 불과하다. 근로자에게 지급이 보장된 정기상여금이 1270만원에 달하는데도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판단하는 산입범위에 빠져 있다.

앞으로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B씨는 최저임금 인상 수혜를 받아 611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2017년 현재 A사의 정규직근로자 중 시급(최저임금 산입기준) 1만원 이하를 받는 근로자는 61%에 달한다.

#. F사(근로자 100~299인 기업)도 비슷한 경우다. 이 회사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외국인근로자 C씨에게 2017년에 지급한 임금(초과급여 제외)과 숙식비를 포함한 총비용은 3370만원이다.

이중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임금은 1870만원에 불과하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7530원)으로 C씨가 회사에서 지급받는 임금과 숙식비는 총 3830만원이 된다. 이후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회사가 C씨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한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교수는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주최의 최저임금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은 실제 기업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전년대비 16.4%의 대폭 인상은 필연적으로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진단하며 "이제 30년 전 당시의 시대상황에 따라 제정된 최저임금제도를 현 여건에 맞게 개선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 또, "본국 송금 등으로 내수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낮은 외국인근로자가 협소한 산입범위 덕에 내국인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더 큰 수혜를 받게 된다"며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사실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의 개선 필요성은 경영계가 줄곧 주장하던 부분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기본급과 일부 고정수당을 기준으로 삼다보니 실제 임금보다 과소산정하는 오류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단적으로 우리 최저임금에는 상여금은 물론 연장·휴일 근로할증수당, 급식·주택 등 근로자 생활보조수당, 통근차운행 등 현물이나 이와 유사한 형태의 급여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는 글로벌 경영환경과도 동떨어진 것이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벨기에, 아일랜드 등의 국가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고 있다.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숙식비도 최저임금에 산입한다.

이런 산입범위의 문제는 A대기업 사례에서 보듯, 최저임금의 실질적 수혜를 받아야하는 저임금 근로자보다 고액연봉자가 더 큰 혜택을 보는 결과로 이어진다. 예컨대,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를 경우 상여금, 성과급, 연장근로수당 등이 없이 기본급만 받는 근로자의 연봉은 1600여만원에서 2500여만원으로 900만원 정도 증가한다. 하지만 대기업 직원은 2000만원 이상 연봉이 뛰는 효과가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문제점에 비춰 ▲최저임금 산입범위 현실화, ▲업종별, 지역별 특성에 맞는 최저임금 설정,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을 제안했다.

그는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가 현실화돼야 한다"며 "상여금 및 수당, 복지성 급여가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돼야 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또 "업종별, 지역별로 사업여건, 지불능력, 생산성, 생계비 수준 등에서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최저임금을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는 1개월을 초과하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이 빠져 있어, 결과적으로 연봉 4000만원의 대기업 근로자가 산입 범위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그는 "통상임금의 범위는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만 협소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통상임금과의 관계도 고려하면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확대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 하며,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비용 또한 합리적으로 배분될 필요가 있다"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숙식비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류재우 국민대 교수는 "최저임금제도가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면 최저시급 월환산액을 넘는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하고 "노동시장 환경 변화를 감안해 상여금 등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현장 경영자도 나와 제도 개선방안에 목소리를 냈다.

윤장혁 화일전자 대표는 "2018년 최저임금이 2017년 대비 16.4%, 2007년 대비 116.4% 인상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최저임금 고율인상은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가속화시키고, 많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을 폐업과 범법자로 내모는 동시에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을 양산할 것"이라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이어 윤 대표는 "최저임금 산입에 상여금, 숙식비, 연차, 퇴직금, 4대 보험 기업부담금 등 기업이 실부담하고 있는 실질임금 반영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최저임금제도의 근본적 문제점 개선이 시급한 과제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향후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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