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이 향후 빅데이터를 활용해 저신용자 대출도 가능케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활용할 빅데이터가 마땅치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빅데이터에서 개인의 ‘신용’을 입증할만한 상관관계를 도출해야 하는데, 카카오뱅크가 보유한 SNS 데이터, 카카오페이 송금 데이터는 이에 유용치 않다.
<자료=카카오뱅크> |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 서비스 시작에 앞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신용정보 분석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거래 기록이 없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신파일러), 혹은 대출건수가 많아 저신용 그룹에 속하는 사람도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업에서 빅데이터는 ‘대안’ 데이터로 정의할 수 있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대안’ 데이터를 활용해 저신용자의 신용등급을 재평가하는 것이다. 가령 신용등급 6등급으로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도 대안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상환능력이 높을 수 있다. 이런 차주에게 중저금리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신용평가모델(CSS)을 고도화시키는 것이다.
다만 CSS 개발 전문가는 “SNS데이터와 신용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가령 카카오톡 SNS데이터를 빅데이터로 사용한다면 ▲주로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지 ▲얼마나 다양한 사람과 채팅을 하는지 ▲건당 바이트의 길이가 얼마인지 ▲금융과 관련한 단어가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 등을 분석해 돈 갚는 행위, 즉 신용을 도출한다. 결론은 이런 SNS 데이터로는 상관관계를 찾는 게 부적합하다는 의미다.
이 전문가는 “일부 핀테크 업체가 SNS 데이터를 CSS에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에게만 유의성을 찾을 수 있는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정성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사용자 모두에게 적용하기엔 부적합하다는 것. 이에 더해 SNS를 활용하는 업체들은 페이스북 등에 공개된 차주의 학벌, 거주지 등을 통해 신용도를 가늠한다. 카카오톡을 자원으로 활용해야 할 카카오뱅크에겐 또 하나의 숙제다.
카카오페이도 유의성을 찾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페이는 쉽게 말해 ‘게이트웨이’ 서비스다. 어플에 카드 정보를 등록해 놓으면 카카오페이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편하게 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신용'정보를 도출해 내기 어려운 영역이다. 카드 이용 내역을 볼 순 있지만 연체 정보를 캐치할 수 없다. 카카오머니 역시 사용자가 충전해 사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CSS로 활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빅데이터로 유의미한 값을 찾기까지는 2~3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는 CSS차별화를 위해서 머신러닝 기법 등을 사용중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해 사용 중인 머신러닝 툴 역시 시중은행에도 판매되고 있는 머신러닝 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머신러닝을 사용 중인 것은 맞으나, 신용정보회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빅데이터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통신사와의 협업이나 유의성을 찾을 수 있을만한 금융사와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케이뱅크가 주주사인 KT로부터 이미 정보를 제공받고 있고, KG이니시스나 다날 등 PG사와 협업을 진행 중인 것과 비교하면 빅데이터면에서 카카오뱅크는 반박자 느리다고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우정사업본부, 카카오 등을 주주사로 두고 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시중 통신사와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며 “고객의 통신요금 납부 연체 등 연체율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상환 의지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