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유미 씨 제보 조작 사건 이후 다소 잠잠해졌던 두 정당 간 갈등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이다.
김이수 후보자 부결 이후 민주당 지도부는 '적폐연대' 등의 표현을 쓰며 국민의당을 맹비난했고,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시정잡배 수준의 망언을 했다"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민주당이 국민의당 달래기에 나서면서 갈등은 잠시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15일 당초 국민의당이 제기한 '호남 예산(SOC) 홀대론'에 맞불을 놓기 위해 전남 광주에서 예산정책협의를 하기로 했으나 이를 연기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연기 이유에 대해 "김명수 후보자 인사 청문 결과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황 등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둔 국민의당과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실제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의당을 향한 비난 수위를 한층 낮추며 설득에 나섰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까지 공백이 있어선 안된다"며 "야당이 이번만큼은 당리당략 아닌, 국민 뜻 받들어 신중히 결정해주실 것"을 당부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법원장 인준이 늦어지면 후임 인선도 모두 늦어지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틀에 거친 청문회를 통해 사법개혁 소신, 국민 기본권 신장, 개혁위한 원칙 확인된 만큼 정치적 셈법 버리고 인준표결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강력 촉구했다.
민주당이 국민의당 달래기에 나선 이유는 김명수 후보자 인준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양승태 현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24일까지인데, 김 후보자의 인준안이 그 전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임명안 안건이 상정될 본회의는 오는 28일에 열린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민주당이 헌재소장 부결 책임을 떠넘기고 막말을 한 데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협조할 수 없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4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왼쪽)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정우(오른쪽) 추미애 대표 비서실장이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자유 투표, 무기명 비밀투표임을 알면서도 김 후보자의 부결 책임을 오롯이 국민의당에 넘기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책임을 모면하려는 얄팍하고도 졸렬한 마타도어"라며 날을 세웠다.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구제불능인 당과 협치를 기대했던 국민의당이 순진했다"며 "상대는 협치할 생각도 능력도 자질도 없다"고 비난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들은 이날 오후 김명수 후보자와 관련, 특위 전체회의를 열고, 경과보고서 채택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특위는 전날 오전과 오후 2차례 걸쳐 간사회동을 했지만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지난 13일 부적격 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자진사퇴했다. 박 후보자의 사퇴가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갈등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