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강도 높은 내부개혁을 천명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내부 채용비리, 음주운전, 주식거래 등 부당행위가 속속 적발되자 조직개편은 물론 직원 채용 과정까지 전면 개편하겠다고 나선 것.
금융감독원은 20일 감사원의 기관운영 감사를 통해 적발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인력·예산운영 재정비부터 직원 채용과정 개편, 임직원 주식매매 규율 정립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조직·인력 운영이 부적정하다고 지적했다. 199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상위직급 인력 감축 노력이 없었다는 것. 올해 3월 기준으로 금감원 직원 중 1~3급(팀장 이상급) 직원은 절반가량인 45.2%에 달했다.
또 국내 금융회사를 검사·감독하는 기관임에도 8개 국외사무소에 20명을 파견하고 예산 78억원을 쓰는 등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외부파견 및 기능축소 부서의 인력을 감축하고, 가상화폐·P2P·회계감리 등 감독수요 증가 분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개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최 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조직개편을 예고해왔다. 그는 취임사에서 "기존의 권역별 감독을 벗어나 기능별·기술별 감독체계로 전환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외환위기 당시에도 통합금융기구 설계에 참여하면서 금융감독체계를 감독기능별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었기에 향후 금감원의 조직구성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채용 과정도 전반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전직 국회의원 아들의 채용을 위해 채용 기준을 바꾸는 등 채용비리로 논란을 빚어왔다. 당시 채용과정에 가담했던 김수일 부원장은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는 신입채용 및 전문인력 채용 과정에서도 비리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지난 2016년도 신입공채 과정에서 취업 청탁 및 자의적인 평판조회 등 불공정한 채용을 진행했고, 전문인력 채용에도 금감원 출신을 부당하게 합격시켰던 것.
금감원은 채용과정 전반을 점검해 중앙정부 수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전면 블라인드방식 도입·서류전형 폐지·외부 면접위원 참여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음주운전이나 주식거래와 같은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내부 규율을 정립할 예정이다. 금감원 내부 규정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기소된 직원은 이를 회사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이를 보고하지 않은 직원 12명이 있었다. 또 타인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거나, 주식거래를 하면서도 회사에 신고하지 않은 50여명도 적발됐다.
이에 금감원은 주식거래 금지대상 직원을 대폭 확대하고, 신고의무 위반자 역시 조치하는 등의 방안을 노조와 협의해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8월 말부터 민간 전문가 위주로 구성돼 운영 중인 '금감원 인사·조직문화 혁신 TF'팀과 논의를 거쳐 금감원은 오는 10월 말까지 개혁안을 마련하고, 연말까지 후속조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한 금감원 직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로 내부 분위기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서 "그래도 잘못된 부정행위는 이번을 계기로 바로잡고 가야 한다는 의견도 꽤 많다"고 말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이날 내부 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금감원은 안팎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면서 "원장인 제가 혁신에 앞장서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과감히 혁신해 보다 건강한 금감원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