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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답정너’?

기사등록 : 2017-09-2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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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수수료 인하 명분...카드사 벌써 우려

[뉴스핌=김은빈 기자]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수수료가 올라갈 가능성 거의 없습니다. 내리기 위해 하는 거죠"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신용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카드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아직 1년 가까이 남은 ‘먼 일’임에도 이들이 걱정하는 건 적격비용 재산정이 사실상 ‘수수료 인하’를 뜻하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란 얘기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가 서민보호를 외치며 수수료 결정을 시장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에 카드사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카드업계는 이미 지난해 초 수수료율을 인하해 연 6000억원 가량의 수수료 수입 감소를 겪었다. 여기에 지난 8월에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 중소 가맹점의 범위도 확대해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는 가맹점은 전체의 85%에 이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우대 가맹점 확대로 인해 카드업계 전체가 입을 손실은 연 3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카드업 규제완화와 신사업분야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어려워진 카드업계의 경영 상황을 반영한 것.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걱정의 끈을 놓지 않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데 의의를 두지만 일회성이라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적격비용 이슈가 있는 내년이 올해보다 카드사들에겐 더 험난할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 “이미 영세 가맹점 수수료는 역마진 구간”

이 근심의 뿌리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적격비용 재산정이다. 적격비용은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할 때 원가 역할을 하는 것으로, 3년에 한번씩 업계가 컨설팅 회사와 함께 재산정한다. 

카드사들의 우려는 적격비용 재산정이 곧 수수료 인하 압박을 뜻한다는 데 있다. 적격비용은 '이론상'으로는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 ▲매입정산비 ▲마케팅비 ▲일반관리비 등 결제시스템 유지에 드는 비용을 고려해 정해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적격비용 재산정이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보고있다. 적격비용을 산정한다고 해도 가맹점 수수료율은 어차피 인하된다는 것이다.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르면 정부는 영세·중소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결정할 수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이 적격비용 산정결과를 반영해서 우대수수료를 정한다지만, 적격비용과 연동된다고 보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는 만큼 카드사들에겐 힘든 결과가 나올 거 같다"고 말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소규모 신규가맹점 수수료 환급제도 도입을 밝히는 등 영세사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산정결과가 카드사에 우호적이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현재의 가맹점 수수료율도 빠듯한 카드사들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현재의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만 해도 역마진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카드사 적격비용을 역추적해봤는데 추정결과가 1.2%인 걸로 나왔다”며 “현재 영세 가맹점은 0.8%이니 사실 상 역마진이란 뜻이고, 여기서 나오는 손실을 1.2%보다 높은 대형가맹점 수수료로 메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러다보니 업계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가를 하나하나 다 뜯어서 공개해야하는 업종은 신용카드밖에 없다"며 "같은 수수료를 받는 은행은 자유롭게 하는데 카드사는 공개를 통해 사실 상 가격결정권을 박탈당하는 셈"이라고 했다. 

김상봉 교수도 “원가라는 건 기업에게 있어 기밀인데 이를 공개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적격비용 자체가 카드사들의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카드사별로 전략에 따라 '원가'를 구성하는 항목들의 비중이 다 다르기 때문.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별로 신용매출에 포커스를 맞춘다거나 금융에 포커스를 맞추는 식으로 전략이 달라서, 산출 항목마다 비율이 다 다르다”며 “일괄적으로 원가를 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적격비용 자체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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