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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보험 차량가액은 2800만원인데 수리비가 2000만원.”
2012년식 벤츠 C200을 소유한 김모씨는 최근 전면 충돌 사고로 앞 범퍼, 후드, 전자식 핸들을 수리했다. 비용이 웬만한 국산 중형차와 맞먹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공식서비스센터에서 수입차는 부품값과 공임비 때문에 수리비가 비싸다고 설명했다"며 "차라리 수리하지 않고 중고차로 넘기는 게 속이 편할 듯 하다”고 했다.
김 씨 경우처럼 수입차의 고가 수리비에 대한 불만 급증으로 공정위원회가 조사해보니 공임(수리기사의 시간당 혹은 수리내용당 책정비용)인상 담합이 있었다. 실제로 독일 자동차 3사가 정비마진을 판매마진보다 2~3배 높게 받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 등은 자동차판매 매출액 대비 수익은 평균 4~10% 인데 반해, 정비부문 매출액 대비 수익은 최저 8%에서 최고 20%에 달했다.
3사 가운데서도 BMW와 아우디폭스바겐이 유독 정비마진(기타매출 포함)이 높았다. BMW코리아의 딜러사인 한독모터스 21%, 삼천리모터스 14%로, 두 회사의 판매마진이 7%인 것과 비교해 2~3배나 높다.
아우디폭스바겐 딜러사인 아우토반브이에이지의 정비마진은 20%에 달한 반면 판매마진은 6%에 그쳤다. 다만 아우디 딜러들 대부분이 지난해 판매 중단 사태로 신차 판매가 3분의2로 줄어 전반적으로 마진이 하락했다.
벤츠코리아 딜러사의 정비마진은 신성자동차가 11%, 중앙모터스와 진모터스가 8%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정비마진이 높은 이유는 우선 부품값 마진에다 공임과 센터 유지비 등 30~40%의 이익을 더하기 때문이다. 원가 100만원짜리 부품을 수리하면 최소 200만원 넘게 지급해야 하는 이유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국산차 대비 부품값은 4.6배, 공임은 2배 비싸다.
이 같은 정비마진 구조를 공정위는 이상하다고 봤다. 부품 마진은 수입 특성상 비쌀 수 있지만 공임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 결과 벤츠코리아가 정비부문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2009년 5월말 딜러사들과 모임을 갖고 시간당 공임의 인상 방법, 인상 금액, 인상 시점 등 공임 인상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딜러사들에게 공표함으로써, 담합했다고 제재했다.
김문식 공정위 제조업감시 과장은 “공임인상으로 수입사가 직접적인 이득을 챙기지는 않았지만 딜러사의 안정적인 매출 확보로 향후 차량 재판매에 도움이 되기에 담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임인상을 담합하면서까지 정비마진을 높일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업계에서 나온다. 벤츠코리아의 경우 보증수리나 무상수리 등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는 공임을 본사가 50% 지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임 수준도 벤츠의 경우 대만의 78%, 호주의 57%, 일본의 71%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벤츠코리아측은 “공임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담합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소비자 가격 책정은 개별 딜러들이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담합제재를 계기로 수입차 시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