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 투자은행(IB)의 국제 유가 전망이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50달러를 뚫고 오르는 등 최근 유가가 강한 상승 탄력을 보였지만 월가는 내년 공급 과잉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원유 <사진=블룸버그> |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서베이 결과 15개 IB는 국제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배럴당 평균 53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8월 제시한 수치에서 1달러 하향 조정된 것이다.
월가는 WTI 역시 내년 평균 전망치를 배럴당 50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배럴당 52달러 내외에서 등락하는 현 수준에서 하락할 것이라는 얘기다. 또 8월 전망치보다 1달러 떨어진 수치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강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유가는 지난 3분기 1년래 최대 폭으로 뛰었다. 하지만 금융업계 애널리스트는 이를 빌미로 미국 셰일 업체들이 생산을 확대, 오히려 유가 하락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NP 파리바의 해리 칠링구리안 상품 전략 헤드는 “원유 수요에 대한 시장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 측면에서 나오는 비관적인 지표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제 유가가 강하게 상승한 것은 이라크 쿠르드족의 독립이 원유 유통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번진 결과였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의 지속적인 감산도 국제 유가에 버팀목을 제공했다.
하지만 유가가 상승 탄력을 보인 사이 미국 셰일 업계를 필두로 북미 지역의 석유 업체들은 선도 가격을 현 수준에서 설정하는 형태의 헤지에 잰걸음을 했다.
유가가 추세적인 상승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베이커 휴스가 발표한 미국 석유업계의 유정 가동 추사 7주만에 처음으로 증가, 보수적인 의견에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코메르츠방크는 투자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업계의 시추가 늘어난 데 따라 미국의 원유 생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 가을 공급 물량이 하루 960만 배럴까지 상승, 1970년 이후 최고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OPEC 역시 유가 상승에 생산을 늘릴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감산에 따른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일부 산유국이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OPEC의 감산 합의안은 내년 3월 만료된다.
한편 이번 서베이에 참여한 IB들은 브렌트유가 2019년까지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 평균 가격이 배럴당 57.91달러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전망치인 배럴당 72달러에서 대폭 떨어진 수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