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40억달러 규모의 푸에르토 리토 채권 시장을 강타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채무 탕감을 언급한 데 따라 4일 푸에르토 리코 채권은 물론이고 채권 보험 업계 주가까지 동반 급락한 것.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이 전력 복구를 기다리고 있다.<출처=블룸버그> |
이날 지방채감독위원회(MSRB)에 따르면 장중 35억달러 규모의 푸에르토 리코 채권이 27% 급락했다. 이에 따라 달러 당 채권 가격이 32센트까지 하락,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 쳤다.
이날 푸에르토 리코의 채권은 극심한 경기 침체와 일촉즉발의 디폴트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와 같은 수준에 거래됐다.
상황은 채권 보험업계와 버진 아일랜드의 채권도 마찬가지였다. MBIA와 어슈어드 게런티, 암박 파이낸셜 그룹 등 주요 종목들이 장중 각각 4~10% 선에서 급락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푸에르토 리코가 월가에 엄청난 규모의 빚을 지고 있다”며 “이를 털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이 채무 탕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푸에르토 리코와 채권 보험주를 공격적으로 팔아치웠다는 것이 월가의 설명이다.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백악관이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믹 멀배니 대통령실 행정관리예산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멀배니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푸에르토 리코가 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라며 “기존의 채무를 탕감하거나 구제금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식이 전해지면서 채권시장의 혼란이 일정 부분 진정됐지만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허리케인 마리아로 인해 전력과 상수도를 포함한 인프라와 건물이 초토화되기 이전부터 푸에르토 리코는 경제 위기에 직면한 실정이었다. 또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위해 수백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다.
미국령에 해당하는 푸에르토 리코에 거주하는 미국인은 340만명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가톤 급 허리케인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채권시장의 반응과 관련해 콤파스 포인트 리서치 앤 트레이딩의 아이작 볼턴스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지만 의중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실제로 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 물량을 휴지 조각으로 만들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BTIG 역시 이날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푸에르토 리코의 채무 구조조정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투자자들에게 급락에 매수할 것을 권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