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승동 기자] 생명보험사들이 잇따라 고액 보장이 가능한 정기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이 상품은 보험기간 중 사망시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조세당국의 허점을 이용해 중소기업 CEO의 퇴직금 마련용으로 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세금 전문가들은 절세효과는 커녕 오히려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NG생명은 지난 1일 ‘CEO정기보험’을 출시했다. 삼성·한화·교보·농협생명 등 빅4에 이어 메트라이프·미래에셋생명 등이 판매를 하자 ING생명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ING생명의 CEO정기보험은 25세부터 65세까지 가입 가능하며, 보험가입금액이 최대 27억원이다. 보험적립금에 연 2.6%의 확정이율(예정이율)을 적용한다.
가입 후 초기 10년 동안 보장받는 사망보험금은 고정돼 있다. 하지만 11년부터 매년 사망보험금이 10%, 15%, 20% 등으로 많아진다(체증형). 이런 구조 때문에 가입 후 10년 이전에 해지하면 해지환급금이 원금에 미치지 못하지만, 유지기간이 길어질수록 원금보다 많아진다.
가령 40세에 보장금액 2억원, 10% 체증형으로 가입하면 50세까지 보장금액은 2억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51세부터는 매년 20%씩 보장금액이 체증되어 60세 4억원, 70세 6억원, 80세 8억원 등으로 커진다.
보장이 크기 때문에 보험료도 많이 내야 한다. 40세 남성이 10% 체증형으로 2억원을 보장받기 위해 90세까지 납입해야 하는 금액은 매월 약 83만원에 달한다.
보험료에 추가보험료까지 납입하면 해지환급금은 더욱 불어난다. 따라서 고액 보장이 가능한 정기보험은 사망보장 목적보다는 CEO의 퇴직금 마련 용도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 법인 명의로 계약한 후 원금보다 해지환급금이 많아지면 중도 해지해 CEO가 가지게 하는 것.
ING생명 CEO정기보험 해지환급금 예시표<자료=ING생명 상품 공시> |
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법인세 절감과 함께 CEO 보장이 가능하다고 교육한다.
한 보험사 영업채널 교육 담당자는 “납입기간 동안 내는 보험료는 전액 손비처리가 가능하다”며 “법인세 절세와 함께 CEO의 사망보장자산은 물론 해약환급금을 통해 퇴직금마련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세법상 정기보험을 해약할 경우에는 절세효과를 보지 못한다. 일시에 들어오는 해지환급금 규모가 영업외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즉 과세이연 효과는 있지만 법인세 절세 효과는 거의 없는 셈.
오히려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법인의 경우 과세표준 2억원까지 법인세율이 10%다. 2억원 초과 200억원까지는 20%로 불어난다. 가령 해지환급금으로 5억원 이상이 일시에 들어올 경우 영업외수익이 발생한다. 2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20%의 법인세를 일시에 납부해야 한다.
한 보험사 소속 세무사는 “IFRS17 등으로 보장성보험 판매가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CEO정기보험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며 “납입하는 보험료를 전액 손비처리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조세당국이 문제를 삼으면 큰 곤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승동 기자 (k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