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24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최 씨 소유로 알려진 태블릿PC가 첫 공개된지 1년이 된 가운데, 결정적인 증거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변수는 지난해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3조와 판사의 독립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법 개정에 따라 피의자가 부인하더라도 디지털포렌식 등 객관적인 방법으로 증명되면 증거가 될 수 있으나, 판사의 종합적인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형사소송법 제313조 2항은 “제1항 본문에도 불구하고 진술서의 작성자가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 객관적 방법으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되는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개정됐다.
과거에는 검찰이 제시하는 정보저장매체의 증거능력에 대해 피의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검찰에 유리하도록 형소법이 개정된 것이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 [뉴스핌DB] |
최 씨 소유로 전해진 태블릿PC는 지난해 10월24일 JTBC 보도를 통해 최초 공개된 뒤, 지금까지 증거능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 씨는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 측도 그동안 태블릿PC를 부인해왔다. 최근에는 박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일했던 신혜원 씨가 본인 소유의 태블릿PC라고 주장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태블릿PC 첫 공개 후 1년만의 주장인 탓에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신 씨의 주장이 향후 최 씨와 박 전 대통령 재판에 반영될 가능성은 예단하기 이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미 검찰의 태블릿PC 분석이 끝났고,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도 청와대 문건을 최 씨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한 바 있어 증거능력의 큰 틀을 바꾸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변희재 대한애국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JTBC 홍정도 대표, 김수길 대표,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을 무고죄로 고소했다. 이에 앞서 JTBC는 올초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한 변 위의장 등 미디어워치 임직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검찰은 태블릿PC가 최 씨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23일 국정감사에서 “정호성 전 대통령 부속비서관과 최순실씨 사이에 ‘지금 보내드린다’, ‘받았다’ 등 문자가 있고, 그 사이에 태블릿PC로 문서가 넘어간다”며 “이런 점으로 봤을 때 우리는 태블릿PC를 최순실이 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태블릿PC가 증거능력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 [뉴시스] |
그런가 하면, 증거 증명력은 법관의 독립적인 판단이 법보다 크게 작용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판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증거가 안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단적으로, 대법원은 지난 1982년 “피고인을 유죄로 단죄하기 위한 증거의 증명력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확신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라며 “단지 반대증거보다 우월한 정도의 증명력으로선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검찰이 개정된 형소법에 따라 증거증명하기가 다소 수월해졌다고 볼 수 있으나 동시에 판사의 독립적인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때문에 검찰로선 태블릿PC의 증거능력을 보다 강력하게 입증해야 할 전망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태블릿PC 증거능력을 문제 삼는 이유는 판사의 독립적인 판단이 재판 결과에 더 중요하게 반영되기 때문으로 본다”며 “이외에도 태블릿PC의 증거능력에 영향을 줄 만한 또 다른 변수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