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국정감사 성적표는 'C-'(C마이너스).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이 지난 12일부터 시작된 올해 국감 중간성적을 매긴 결과다.
올해 국정감사가 후반부로 접어들었지만 여야가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란 프레임 전쟁에만 매몰된 채 국감 본연의 기능인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등 정책 검증과 민생 현안 해결은 뒷전인 채 정치공방만 벌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정치공방이 가장 뜨거운 상임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연장에 이어 최근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 등을 두고 여야가 연일 대립하고 있다. 법사위 국감은 여야 의원 간 막말과 고성만 오가다 결국 파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정치공방이 치열한 또 다른 상임위는 공영방송 개혁 문제를 다루고 있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다. 지난 13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선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의 대리전을 방불케 했다.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와 관련, 자유한국당은 현 정부의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등을 '언론장악'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방송 길들이기'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정치공방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당은 급기야 전날 문재인 정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정부의 부처별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와 위원회 구성을 두고,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과 백원우 민정비서관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것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ㆍ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청와대 공문으로 부처별 적폐청산 기구를 구성하는 것은 위법한 행태"라며 "정당한 권한을 넘어선 부당행위,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적폐청산 목적은 특정 개인 청산이 아닌 우리 사회의 반칙 불공정을 바로 잡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회의에서 "한국당이 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관을 고발한 것은 금도를 넘은 정치공세"라며 "불공정과 불평등을 바로 잡는 일에 나서는 게 국민에 대한 예"라고 언급했다.
20대 국회 두 번째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해온 시민단체나 전문가들도 이번 문재인 정부의 첫 국감이 알맹이 없는 정쟁싸움으로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여당의 적폐청산과 야당 정치보복 공방이 국감 이후에도 지속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올해 문재인정부의 첫 국감 중간성적을 'C-'(C마이너스)라고 평가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안보위기, 한미FTA재협상, 대중국관계 경색 등 각종 위기상황 속에도 여야가 각각 적폐청산과 무능심판에 함몰됐다"고 낮은 점수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민생, 정책국감이 아닌 정쟁에 바진 듯한 모습을 보여 매우 안타깝다"고 평가한 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정계개편 등으로 국감 '물 흐리기'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9년 만에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교체되다 보니 실제로 많은 정책 감사가 요구되는 상황이지만 적폐청산 규정을 먼저 해버리니 정책 감사는 커녕 정치적 공방으로 해석되거나 변질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들은 문 정부 들어 적폐청산 프레임에 익숙해 있는데, 이번 국감에서도 큰 차별성을 못느끼다 보니 국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라며 "현 정부의 적폐청산과 이에 대한 저항이 반복되면 국가적으로 큰 에너지 낭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번 국회에서 정쟁싸움이 가속화되는 것은 국정농단 탄핵사태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것과 같다"며 "현 대통령제에선 여당이 야당을 견제하고 야당이 대통령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해결 방법은 철저히 의회 중심으로 국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매뉴얼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