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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박민선 기자] 누구 못지 않은 화려한 전성기가 있었다. 2009년 7만원 초반이던 주가가 3년여 만에 27만원대까지 치솟으며 이른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 시대를 이끌었던 주역. 바로 현대차 이야기다.
단기 이벤트와 환율 등을 재료로 그간 반등 시도는 많았다. 지난 26일 중국 사드 사태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7%대 상승을 보였던 것도 하나의 예. 하지만 최근 대형주 중심 장세가 지속되는 속에서도 일부 기관만 입질할 뿐 여전히 15만원대 주가와 싸우며 우하향세에 갇혀 있다.
그럼에도 수년간 변치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5년째 '매도'하며 등돌린 투자자들을 향해 증권사들은 왜 쉼없이 '매수추천'을 외칠까.
◆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 패러다임, 성장 동력은?
현대차 주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성장 동력에 대한 의구심'이다. 신흥국 경기 회복으로 일부 국가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는 위축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 판매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중국 역시 사드로 인한 파장이 이어지는 등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
환율 등 일시적 시황과 별개로 자체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은 더 무겁게 다가온다. 중국을 비롯해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의 종말 선언과 함께 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흐름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대차의 설 자리는 넓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10년 5월 이후 현대차의 월봉차트. <대신증권 HTS 캡쳐> |
2012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현대차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는 분석이 줄을 이었다. 당시 글로벌 시장 판매량이 120만대를 기록하고 점유율이 10%에 육박하면서 미국에 제2공장 건설 검토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 말 미국에서 연비 과대 표시 이슈가 터지고 2013년 이후 글로벌 시장 판매 성장세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내수 시장 고전도 겹쳤다. 주가는 같은 해 4월 17만원대까지 떨어졌고 2014년 하반기 이후 하락세는 단단히 굳어진 상태. 장기차트로 보면 현 주가는 7년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투자자가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주가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정보 접근성의 제한 등으로 투자판단에 참고하는 증권사의 보고서들이 혼란을 가중시킨다.
한 증권사의 2013년 이후 투자의견을 보면 5년째 '매수' 추천. 주가가 떨어지니 목표주가 하향 조정은 이뤄졌지만 단기 상승 기대감이 낮다면서도 매번 저점 매수 전략을 이어왔다.
특정 증권사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일례로 2013년 미국에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생하고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장 판매량이 급격한 둔화세를 보이자 현대차 주가는 4월 한달간 20% 이상 빠지는 등 불안감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보고서들은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 전환에 무게' : 교보증권 ▲'불확실성 해소, 리콜 이슈 영향 제한적 수준에 그치 것으로 전망 : 메리츠종금증권 ▲ '1분기 실적 저점 통과 후 2분기부터 개선 기대' : 대신증권 등의 제목으로 발표됐다.
2015년 6월 2일 중국 출고판매 부진 등의 여파로 현대차 급락 관련 KB투자증권의 보고서 일부 캡쳐 |
2015년 5월 이후 중국서 판매량 부진으로 주가 모멘텀이 약해지며 7월 12만8500원까지 하락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눈높이를 낮추고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시점', '실적 부진 지속' 등의 평가 속에서도 '매수' 의견은 변하지 않았다.
현대차의 최대 '악수'로 꼽는 2014년 9월 한전 부지 매입 결정 당시는 어땠을까. 글로벌 경쟁사들이 전기차 개발 등을 위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던 시기, 현대차는 10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신사옥 건립에 쏟아붓기로 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낙찰가에 시장은 한 마디로 쇼크였다. 주가도 폭락,현대차 그룹 3사의 시가총액이 하룻새 10조원이 증발했다.
이때 역시 대부분 증권사 보고서들은 시장 반응과는 극명한 분석을 내놨다. 미래에셋대우(구 미래에셋증권)는 '한전부지, 현대차그룹 제 2 도약의 베이스캠프'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낙찰 가격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대규모 강남 요지라는 다시 없을 기회와 향후 용지 용도변경에 따른 용적률 상승 및 장기 지가 상승 가능성을 감안하면 결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는 게 요지였다. 마무리에는 "현재의 청산가치 이하 밸류에이션 수준을 감안한다면 중기 관점에서 매수 접근 권고한다"는 멘트도 잊지 않았다.
유진투자증권 역시 "300만대 규모의 증설이 가능한 금액에 해당하는 대규모 부지 매입으로 해당 기대감이 희석돼 주가에 부정적"이라면서도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31만원은 유지했다.
하지만 이때 붕괴된 20만원대 주가는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했다. 증권사들도 떨어지는 주가를 후행하며 목표가를 바꿔갔다.
◆ 애널리스트들의 숙명? 현실적 타협?
다수의 투자 전문가들은 "문제가 있는 지점"이라는 데 공감한다. "기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않고 저평가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는다. 한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목표주가를 조정하고 밸류에이션에 맞는 정확한 투자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좋은 보고서"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출신 한 투자자문사 사장은 "해당 종목이 계속 하락하더라도 애널리스트들은 끝까지 '매수'를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매도 의견을 제시하느니 커버리지에서 제외하라는 것이 현실적 요구인데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을 커버하는 애널리스트들로선 일을 잃게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런가 하면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현실적 조언도 꽤 있다. 대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 '매도'는 커녕 '중립'으로 투자의견을 낮추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의 한계를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것이 그나마 대안일 것이라는 얘기다.
한 종목 분석 전문가는 "주가 부진이 예상됨에도 '매수'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분명히 제대로 된 분석이 아니다"면서도 "시가총액 20위 안에 있는 종목에 대해 투자의견을 꺾는 데에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해당 기업과 증권사간의 다양한 비즈니스 관계를 고려했을 때 증권사는 절대적 '을' 혹은 '병'일 수밖에 없다. 애널리스트가 한 사람만의 분석으로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