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예상밖의 비둘기파 행보를 취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관심은 미국과 유럽의 정책 엇박자에 따른 금융시장 파장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미 유로화가 이틀 연속 가파르게 떨어졌고, 유로존 국채 수익률 역시 동반 하락하는 등 26일(현지시각) ECB의 회의 결과 발표에 금융시장의 향방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런던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최근 1개월 사이 투자자들의 미국 금리 상승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이와 달리 ECB의 회의 결과를 접한 투자자들은 사상 최저 금리와 경기 부양책이 상당 기간 연장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ECB의 자산 매입 축소 결정은 ‘테이퍼링’이 아니라 실상 ‘다운사이징’이라는 진단이 제시됐고, 2019년 말까지 ECB의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트리트 스테이트의 안토니 렌스 전략가는 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ECB가 자산 매입 규모를 월 600억유로에서 300억유로로 줄였지만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지극히 조심스러운 목소리를 냈고,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통화정책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파생상품시장에 반영된 투자자들의 ECB 금리인상 예상 시기는 종전 2019년 3월에서 2019년 6월로 늦춰졌다.
ABN 암로는 2019년 말까지 ECB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자산 매입 역시 내년 9월 이후까지 연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존의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엇갈리면서 미국과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 간극이 1999년 이후 최고치로 벌어졌다. 27일 장중 독일 2년물 국채 수익률이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 2.35%포인트 하회한 것.
시장 전문가들은 스프레드가 당분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이 12월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섰기 때문.
유로존 회사채 시장은 축포를 터뜨렸다. 유럽의 1000만달러 규모 투자등급 회사채에 대한 연간 디폴트 헤지 비용이 27일 2000달러 하락, 5만3000달러로 떨어졌다. ECB가 자산 매입을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 1~8월 사이 13% 급등한 유로화 역시 상승 탄력을 회복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나티시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필립 웨처 이코노미스트는 WSJ과 인터뷰에서 “ECB 정책자들은 유로화 강세에 따른 실물 경제 리스크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