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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후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금리 상승은 곧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즉, 채권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은 앉아서 손실을 감수해야한다.
모든 채권 가격이 같은 비율로 하락하지 않으면서 혼란이 더 커졌다. 만기가 훨씬 많이 남은 30년물 국고채 금리가 10년물 보다 낮게 거래됐다. 보험사의 수요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에 대응해 금리곡선 정상화를 예상하고 베팅했던 투자기관은 다시 손실을 떠안았다.
<자료=코스콤> |
1일 채권시장에서 장중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2.594%에 거래됐다. 반면 3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2.534%에 거래 중이다. 만기가 훨씬 긴 30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낮아진 것. 이런 현상은 지난 9월말 이후 한달여째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30년물 대차매도(30년물 채권을 빌려 매도한 후 가격이 떨어지면 되사서 갚는 전략)로 엮어놓은 증권사들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매도한 30년물 금리는 내려가고, 매수한 3년-5년- 10년물 금리는 올라, 양 방향에서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더해, 버티다 지친 기관들이 30년물 매도를 손절매로 돌리자 금리는 더욱 떨어졌다.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30년 스팁 포지션을 갖고 있던 딜러 쪽에서 손절을 빨리 내놨다”며 “손실 감내력이 크지 않은 곳들은 버틸 수 있는 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도 자본력이 큰 증권사는 수익을 내고 있다. 통상 증권사는 20년이상 장기물을 매매하지 않음에도 이들은 과감히 30년물을 사들였다.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한 셈이다.
증권사 딜러는 “최근 1~2주 사이 대형사가 플래트닝 포지션을 잡으면서 30년물이 많이 눌렸다”며 “보험사는 초장기채를 매도하지 않기 때문에, 매수할 때 가격을 높여 살 수 있는 기관이 30년 롱-단기숏을 잡으면서 커브가 평탄화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물량공세에서 누가 우위를 점하느냐가 지금의 커브 전쟁의 승자를 가린다는 얘기다.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 /이형석 기자 leehs@ |
향후 금리곡선에 대한 시장의 전망도 엇갈린다. 기획재정부가 앞으로 30년물을 추가 발행하고, 보험사 수요가 줄어들면 연말까지 금리곡선이 정상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반면 현 시장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10년과 30년물 금리가 붙은 채로 올해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아직까지는 후자가 우세하다. 김지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기준 10년물 금리 2.5%, 30년 역시 2.5% 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본다”며 “역전이 해소되더라도 30년물 금리가 10년 대비 높아지면 재차 보험사 매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 채권운용역은 “30년물 발행은 이제 한 번 남았고, 연말께 되면 매수를 늦춰왔던 장기투자 기관들이 합류할 것으로 본다”며 “환율이나 스왑포인트, 해외쪽 금리 더 오르면 장투기관이 해외채권 매수로 빠질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30년-10년물 스프레드는 0~-5bp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