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삼성물산이 사옥을 이전키로 하자 경기도 판교신도시 주택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최근 주택경기가 침체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기업 직원이 일시에 떠나는 일이 겹쳐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신분당선 판교역 일대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1년새 1억원 정도 매도호가가 올랐으나 최근엔 급매물이 늘고 집값도 소폭 하락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선 삼성물산 사옥 이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다. 삼성물산은 판교역 맞은편에 있는 ‘알파돔시티판교’를 임대해 쓰고 있다. 전체 직원은 2500여명.
삼성물산은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판교를 떠난다.
삼성물산이 사옥으로 사용 중인 경기도 판교사옥<사진=이동훈기자> |
판교역 근처 중앙공인 사장은 “지난달부터 삼성물산이 사옥을 옮긴다는 얘기가 돌면서 이 일대 아파트의 거래량이 줄고 1000만원 정도 금액을 낮은 급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며 “주택 구매력이 높은 수요층이 대거 빠져나가다 보니 집을 사겠다는 고객은 더욱 줄어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초 직원 이주가 모두 끝나면 판교역 일대 주택가격이 추가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은 전용 98.9㎡가 지난 9월 최고 13억원에 거래되다 지난달에는 12억원선에 주인이 바뀌고 있다. 급매물은 11억5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걸어서 3분 거리에 판교역이 있어 직장인 수요가 꾸준히 몰리던 단지다.
백현동 ‘백현6단지휴먼시아’도 지난 9월 84.7㎡가 9억5000만까지 뛰었다. 2009년 이후 최고가다. 지난달에는 9억2000만~9억3000만원에 매도호가가 이뤄지고 있다. 주변에 있는 휴먼시아 2·3·4단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백현동 P공인 이선영 실장은 “최근 판교역 일대 아파트값이 약보합세를 보이는데 삼성물산 사옥 이전이 전부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을 사실”이라며 “매수 의사를 보이던 직원들이 계획을 철회한 데다 부동산 규제 대책까지 겹쳐 관망세가 짙어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서초구 강남역 주변 서초 사옥에 있다가 작년 3월 분당구 판교사옥으로 이전했다. 이주한지 2년을 못 채우고 다시 둥지를 트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같은 그룹 계열사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옥을 일부 임차해 사용한다. 건물 3개동 중 한 동을 사용할 예정이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조치라는 게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하지만 양측 모두 직원이 감소해 근무 공간을 축소해야 하는 이해관계가 맞은 떨어진 게 주요 이유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실적 부진으로 직원을 대거 감축해 사옥의 30% 정도가 공실로 남아있었다. 삼성물산도 상황이 비슷하다. 본사 근무자가 4000여명에서 2500여명 정도로 줄어 판교 사옥에 있을 필요성이 낮아진 것.
삼성물산은 판교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5년 책임 임차계약을 맺었다. 5년 임차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나머지 기간은 책임지고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아직 새로운 임차인은 구하지 못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