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온도차’에 고민하고 있다. 79개 회사들이 각자 사정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의견을 취합해야하는 중앙회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같은 저축은행이라고 해도 자산규모 5조원을 넘어서는 대형사가 있는가 하면, 500억원이 안되는 소형사들까지 천차만별이라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권역에 따라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입장이 또 나뉘고, 신용대출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지 담보대출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각 사 간의 의견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이렇다 보니 중앙회로서는 ‘골머리’가 아프다. 중앙회는 저축은행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만큼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해야한다. 하지만 한쪽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거나, 아예 입장이 갈리면 합의를 끌어내기가 까다로워진다. 당국에 입장을 전달하려고 해도 사전에 상황이 애매해지는 일이 있는 것.
일례로 올 상반기 당국이 저축은행의 인수 기준 장벽을 높인 것에 대해 대형저축은행들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부실 저축은행이 아닌 이상 다른 권역의 저축은행과 인수합병을 할 수 없도록 한 것.
당시 DH저축은행을 인수하려던 J트러스트 그룹은 인수계획을 접어야 했다. J트러스트 그룹은 이미 서울과 경기에 영업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남과 부산 권역에서 영업하는 DH저축은행을 인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인수 합병 계획이 없는 회사라고 해도 향후 회사를 키우는데 제한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소형저축은행들의 입장은 다르다. 한 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사의 주장은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주장”이라면서 “소형사는 대부분 규모가 작아 인수를 당하는 입장인 만큼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런 온도차는 ‘권역별 의무대출 비율’을 두고도 발생한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대형사들은 비대면 거래의 확대를 이유로 들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수의 지방 소형사들은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상황.
물론 일부 소형 저축은행은 “비대면 고객의 비율을 보면 대한민국 지역별 인구비율과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에 시대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검토를 해본 적이 없다”거나 “관심갖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때문에 중앙회의 입장이 복잡해진다. 중앙회 관계자는 “업계 공통 사안에는 의견을 모아서 대응하는 게 맞지만 회사별로 입장이 다르거나 온도차가 있기 때문에 강하게 주장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저축은행들은 중앙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다. 회비를 다른 저축은행보다 많이 부담하는 만큼 중앙회에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바라는 것이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나 총량규제로 업계가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회가 좀 더 나서서 입장을 대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회로서는 다수인 중형사, 소형사의 얘기를 아예 듣지 않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 금융학과 교수는 “저축은행은 사금융을 양성화한데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금융사보다 개별사 오너들의 파워가 상당하다”며 “저축은행의 규모도 다르고, 업권도 다른데다 각 오너의 영향력도 있는 만큼 중앙회가 맘대로 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라고 전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