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멕시코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에 적극 대비하고 나섰다.
미국에 집중된 국제 통상 채널을 다각화하기 시작한 것.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재협상 대표단이 지난달 회의에서 이렇다 할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협상을 내년 1분기까지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캐나다, 미국, 멕시코 국기 <사진=블룸버그> |
6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지난 9월 멕시코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부터 수입한 옥수수 물량이 지난해 연간 수입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멕시코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산 옥수수 수입량은 각각 10만800톤과 4만1000톤으로 같은 기간 미국에서 수입한 물량 1050만톤에 크게 못 미치지만 NAFTA 재협상이 진전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라는 평가다.
컨설팅 업체 CGMA의 후안 카를로스 아나야 이사는 FT와 인터뷰에서 “멕시코가 미국 이외에 곡류 수입을 대체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멕시코 정부가 NAFTA가 파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적극적인 대비에 나섰다는 것이 주요 외신과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 장관은 지난주 의회에 NAFTA 파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문의 관세를 필두로 3개 국가는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 멕시코와 캐나다 협상단의 입장이다.
또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제안한 5년 일몰 규정 역시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가 강력하게 반기를 드는 부분이다.
5년에 한 번씩 NAFTA 세부 조항의 수정 및 협정 지속 여부를 재검토하는 구조로는 국제 비즈니스의 영속성과 안정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멕시코의 한 정부 관계자는 FT와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미국이 더 이상 의존할 수 있는 수입과 수출 상대국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기업들이 다른 채널을 찾아 나섰다”고 전했다.
미국 이외 교역 상대국 다각화와 함께 멕시코 정부는 NAFTA 무역 보호 조항을 입법화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재협상 결과와 무관하게 NAFTA와 연계된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 투자 감소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멕시코가 최악의 상황에 적극 대비하고 나섰지만 NAFTA가 파기될 경우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산탄데르 은행은 보고서를 내고 재협상이 결렬될 경우 멕시코의 수출과 수입이 각각 15%와 16%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