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민선 기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어요. 단기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2년여. 무거운 침체였다. 한때 '꼴지펀드'라는 오명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중소형주 소외 장세와 중국발 사드 악재 등에 잔뜩 움츠리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투자 철학을 고수한 메리츠코리아펀드 수익률에 변화가 시작됐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메리츠코리아펀드는 1개월 수익률 기준 5.93%를 기록 중이다. 이는 일반주식형펀드(4.84%)와 중소형주식펀드(3.16%)를 모두 상회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13.72%까지 회복됐다.
그럼에도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한다. "주식은 사는 것이지 파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온 그다. 존리 대표는 자신의 철학대로 운용하고 있을 뿐이라며 단기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펀드는 지난 2014년과 2015년 잇따라 기록한 20~30%대 높은 성과를 기반으로 단숨에 1조7000억원 규모까지 불어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 대형주 장세가 시작되면서부터 급격한 수익률 악화를 겪기 시작했다. 지난해 수익률은 -20%를 넘어설 정도로 부진했다.
이러던 펀드에서 지난 2월을 기점으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담기 시작하면서다. 메리츠운용은 당시 150만원대였던 삼성전자 우선주를 2.75% 편입한 후 매달 비중 확대 포지션을 취해왔다. 9월 현재 편입비중은 7.41%. 어느새 포트폴리오내 비중이 가장 높다. 삼성전자 우선주는 230만원대까지 뛰면서 현재 펀드 수익률 개선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에 대해 안팎에선 "존리 대표가 원칙을 버렸다"는 수근거림도 있었다. 하지만 존리 대표는 "삼성전자라는 특정 주식을 두고 사겠다 안 사겠다를 얘기한 적이 없었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내가 갖고 있는 투자 철학에서 벗어난 선택이 아니었다"며 "삼성전자가 꾸준히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주주 입장에서 더 유리할 수 있는 우선주를 선택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가 강조하는 투자 원칙은 펀더멘탈에 근거한 장기투자. 실제 메리츠코리아펀드는 시장 등락과 무관한 포트폴리오 운용을 지켜오고 있다.
이 펀드 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화장품 관련주들은 올해 3월 이후 중국발 사드 영향으로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메리츠운용은 단기적 이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며 묵묵히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방안을 택했다.
지난해 10월 당시 펀드 포트폴리오 내 1위였던 아모레G의 편입비중은 3.31%. 이후 사드 영향이 불거지기 시작했지만 3월을 기점으로 메리츠운용은 되레 편입비중을 확대한다. 3%대를 꾸준히 유지하던 비중은 9월 현재 4.34% 수준. 그간 주가가 약세를 보여왔음을 감안한다면 저가 매수 전략을 꾸준히 지켜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모레G 주가는 10월 한달간 24% 수익률을 기록했다.
2% 후반대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 LG생활건강도 지난달 24% 오르며 반등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또 다른 화장품 관련주인 메디톡스의 비중도 지난해 10월 2.56% 수준에서 현재 4.35%까지 늘었다.
존리 대표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닌 이상 단기 이슈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주식투자의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10~20%에 목숨걸지 않아야 한다"며 "주식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을 메리츠운용이 반드시 증명하고 문화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