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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운동권①] ‘사교육 시장 큰손’ 억대연봉 ‘1타’ 강사로 대변신

기사등록 : 2017-11-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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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기점 非운동권 대세…이후 운동권 별난 사람?
메가스터디 수강생 1위 조정식, 고대 출교 7인中 1인
학점·스펙보다 학벌·강의력 중요한 사교육 진출 활발

[뉴스핌=심하늬 기자] 학생운동이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 대학을 다녔던 이들 중에는 최루탄 한번 맞아보지 않거나, 화염병 한번 던져보지 않은 이를 찾기 힘들다.

90년대 초반까지도 대학에서는 운동권이 대세였다. 하지만 96년 한총련의 연세대 사건 등을 기점으로 학생운동은 빠르게 쇠퇴했다. 서울 주요 대학은 '비운동권' 학생회가 대세다.

때문에 2000년대 이후 대학사회에서 '운동권'은 조금 별난 사람들로 여겨졌다.

메가스터디 영어 영역 강사 조정식씨는 과거 학생 운동을 하다 고려대학교에서 출교 조치를 받았던 1인이다. <사진=메가스터디 홈페이지>

"취업도 힘든데 스펙을 쌓아야지 운동이라니?" 하지만 여전히 학내엔 '운동'하는 이들이 있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14년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가만히 있으라' 운동, 2016년 국정농단에 대응한 촛불집회 모두 대학에서 시작되거나 대학생들이 큰 역할을 했다.

소위 'SKY' 대학을 나와도, 영어 점수에 대외 활동에 온갖 스토리 없인 취업이 어려운 시대.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던 2000년대 운동권 학생들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레알 영어 조정식입니다"

2017년 현재 온라인 수능 영어 강사 중 가장 '핫'한 강사는 조정식이다. 2016년 12월 메가스터디에서 온라인 강의를 시작해 채 1년도 되지 않아 메가스터디 러셀 영어 영역 수강생 수 1위 강사가 됐다.

그는 뛰어난 강의력만큼이나 재미있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 올라온 '조정식쌤 서울대 면접 레전드썰'은 조회 수 120만회를 기록했다.

서울대 면접에서 특기를 '맨땅에 헤딩하기'라고 한 후, 실제로 맨땅에 헤딩했다. 1학년 2학기 학점 0.13을 기록해 친구들과 함께 '법대 삼식이'로 불렸다는 일화도 있다.

2015년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고려대 당국의 출교-퇴학-무기정학 징계'에 따른 손해배상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반교육적 징계 규탄'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그런 그의 특이 이력은 학생운동 경력이다. 조정식 강사는 과거 고려대학교에서 출교됐던 7인 중 한 명이다. 고려대학교는 2006년 4월 전(前) 고려대학교 병설 보건전문대학 학생들의 총학생회 투표권 관련 시위에 참여한 7인을 출교 조치했다.

출교된 7인을 포함해 19명이 징계를 받았는데, 이들은 그동안 학교를 상대로 등록금 투쟁·100주년 기념 이건희 삼성회장 명예 철학박사 학위수여 반대 투쟁 등에 참여해 온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소송에서 이겨 전원 복교됐다.

조정식 강사는 온라인 강의에서 과거의 학생 운동 경험을 "데모해서 조선일보 1면에 난 썰", "4선 국회의원과 소송해서 이긴 썰" 등으로 짧게 언급하기도 했다.

논술강사로 대변신

학생 운동을 했던 이들이 사교육계로 진출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윗세대 중에서는 스카이에듀를 설립한 사회탐구 강사 이현, 대중을 상대로 한 강의로도 널리 알려진 사회탐구 강사 최진기 또한 스스로 열혈 '운동권'이었음을 밝힌 바 있다.

사교육계는 상대적으로 학벌과 강의력이 중요하고, 학점이나 나이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 운동을 하다 취업 시기를 놓치거나, 기업에서 원하는 스펙을 쌓지 못한 이들이 진출하기 쉽다.

한 진보적 시민단체 관계자는 "단체에 후원하는 이들 중 강남에서 논술 강사로 활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라며 "대부분 대학 때 학생 운동을 한 이들"이라고 전했다. 기본적으로 글솜씨가 좋고 논리적인 생각을 즐기는 이들이 학생 운동을 하다 적성을 살려 논술이나 국어, 사회탐구 영역의 강사가 된다는 이야기다.

 

[뉴스핌 Newspim] 심하늬 기자 (merongy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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