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러시아가 선택적 디폴트 상태의 베네수엘라와 31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무 조정에 합의했다.
이는 러시아의 지정학적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극심한 침체와 부채의 늪에 빠진 베네수엘라에 일정 부분 숨통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침체에 빠진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대 <사진=AP/뉴시스> |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의 채무금 31억5000만달러의 만기를 앞으로 10년으로 연장하는 한편 6년간 최소 금액만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채무조정안에 합의했다.
베네수엘라의 대외 채무는 1400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러시아와 합의 규모가 전체 부채에 비해 지극히 제한적인 규모다.
또 이번 합의 금액은 국영 석유회사인 베네수엘라 정유가 러시아 로즈네프트에 진 빚의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디폴트로 벼랑 끝 위기에 몰린 베네수엘라에 생명줄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 외신들의 평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합의를 통해 러시아의 지정학적 지배력을 강하게 다지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이 베네수엘라와 외교 관계에서 한 발 물러서는 상황에 러시아가 상반되는 행보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베네수엘라의 채무 상환 만기를 연장한 바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빅토르 케이페츠 베네수엘라 전문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국정 운영에 만족스러워 하지 않지만 경제적 이해 관계를 가진 국가인 만큼 관계 강화를 위해 이번 채무 조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공식 성명을 내고 “이번 채무 조정이 베네수엘라의 경제 향상과 부채 상환 능력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경기 침체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15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핵심 성장 엔진에 해당하는 원유 생산 역시 1989년 이후 최저치로 급감한 실정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