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핌=황세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유죄선고를 받은 것은 새 정부의 정당성을 확립 차원이라는 주장이 유럽에서 나왔다.
프랑스 현지 경제언론인 '라트리뷴l(atribune)은 NEOMA 경영대학의 가브리엘 지메네스 로슈 조교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언급했다.
라트리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체포되고 삼성 상속자인 이재용은 부패를 증명할 수 없는 유죄판결(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며 "이는 새 정부가 정당성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형석 기자> |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뇌물을 준 적이 없으며 정부의 요구를 사회공헌 차원에서 해석해 지원했다는 입장으로 무죄를 피력하고 있다.
1심 선고에 대한 해외 언론의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9월 미국 포브스는 이재용 재판에 대해 "법치가 아닌 정치적 연출"이라고 지적했다.
포브스는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구체적 대가를 위해 지원을 제공했다는 구체적 증거는 없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구속이 의미 있는 정치개혁이 이뤄지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너무 순진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정당성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책은 공정하고 철저히 사실에 기반한 재판이 아니라 전임 대통령의 유죄 판결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1심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은 '묵시적 청탁'은 간접 증거만으로 혐의를 인정했다는 의미여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이 없는데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것은 모순이이며 유죄로 결론을 이미 내리고 그에 맞춰 증거를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신들, 재벌 '해체' 아닌 '개혁' 필요 한목소리
외신들은 이와 함께 한국 정부의 재벌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라트리뷴은 "한국 정부는 재벌을 악으로 규정하고 해체하려는 유혹을 받고 있는데, 재벌은 한국 경제 부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재벌기업 20곳의 총매출액은 1조3000억달러고 전세계적으로 120만명이 고용하고 있으며 이중에서 삼성은 26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재벌 해체가 아니라, 조세 회피에 대한 인센티브를 줄이고 기업의 재정적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을 추진하는 등 다른 길을 택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재벌 개혁 방향으로는 외부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전문 경영진 선임을 제언했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의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장단 인사를 통해 처음으로 이사회와 경영의 분리에 나섰다. 글로벌 기업 CEO 출신의 이사회 멤버도 지속 물색 중이다.
라트리뷴은 "재벌 오너 3, 4세들의 지배력은 약화되고 있다"며 "상속 증여세 등에 대한 단순한 조세규정이 투명한 회계와 합쳐져 재벌 오너일가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브스 역시 삼성과 같은 기업들은 어떤 형태로든 한국의 장기적 경제성공에 필수적"이라며 "한국 기업시스템의 현재와 같은 불확실성과 리더십 공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