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심하늬 기자] 포항 강진 이후 반려동물을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이들은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국가가 '반려동물 동반 가능 대피소'를 제공하거나, 관련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재난정보센터의 '비상대처요령'과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에는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데려갈 수 없다. 단 봉사용 동물만 입장이 허가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포항 지진 대피소에서도 이 규정은 유효했다. 눈치껏 반려동물을 데리고 대피소를 이용한 이들도 있었지만,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 때문에 대피소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량 등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포항 지진 대피소 모습. 김범준 기자 |
美·日 반려동물 대피소 출입 가능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외국의 사례를 참조해 관련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원래 재난 대피소에는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없었고,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 구조 체계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발생했을 때 구급대원들은 반려동물은 물론 봉사용 동물들도 구조하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수천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림받거나 죽었고, '반려동물 대피와 이동에 관한 법'이 제정됐다.
대피소에 반려동물이 출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재난 발생 시 반려동물을 버리고 간 이들은 경우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열대폭풍 하비가 저기압으로 약화돼 내륙 이동을 시작한 올해 8월30일 미 휴스턴에서 한 시민이 반려견을 안고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재난이 많았던 일본은 환경성이 '반려동물 재해대책'을 통해 재해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소로 대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구마모토 지진 당시 반려동물과 대피소를 함께 이용하는 것에 대한 갈등이 있었지만, 일본 방재 당국에서는 "대피소는 반려동물 허용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반려동물의 대피소 출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잇따른 개 물림 사고가 대피소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이들도 배려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은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은 이해하지만, 일부 대피소라도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동물등록 필수…"사진도 챙기세요"
대피소에 가든 못가든, 재난 시 반려동물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게 있다. 먼저 반려동물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동물 등록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부터 3개월 이상 개는 의무적으로 동물 등록을 해야 한다. 분실 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의 동물등록정보로 쉽게 주인을 찾을 수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실시 중인 동물 등록제. 3개월 이상의 반려견을 등록할 수 있다. <사진=동물보호관리시스템 홈페이지> |
하지만 아직 고양이는 등록 대상이 아니다. 묘주들은 고양이 분실 방지를 위해 동물 등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 이런 묘주들을 위해 시중에는 '동물등록 위치추적 인식표' 등의 제품이 출시돼 있다.
휴대폰 등에 반려동물의 전신사진 등 여러 사진을 저장해두는 것도 필수다. 분실 시 전단이나 앱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평소에 이동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두고 반려동물이 적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재난 발생 시 도움이 된다. 재난 발생 시에는 반려동물을 이동장 등에 넣어 운반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에 익숙하지 않으면 반려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내내 짖거나 우울해할 수 있다.
영화 '터널'에서 터널 붕괴로 갇힌 주인공 정수(하정우 분)가 개에게 물을 주고 있다. <사진=영화 '터널' 캡쳐> |
물, 사료, 목줄, 입마개(필요한 경우), 비상 약품, 오물 수거용 비닐봉지 등은 기본 준비물. 재난 발생 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평소 한 곳에 준비하는 게 좋다. 비상시 연락할 동물병원이나 동물보호소 등의 연락처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뉴스핌 Newspim] 심하늬 기자 (merongy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