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고강도 보호무역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우리 통상당국은 맥없이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1일(현지시간) 대형가정용 세탁기(일부 부품 포함)에 대한 세이프가드 구제조치 권고안을 발표했다.
세탁기 완제품에 대해 15%~20%의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하는 방안(1안)과 120만대 이상에 대해서만 40~50%의 TRQ를 부과하는 방안(2안) 등 2개안으로 권고했다.
향후 60일 이내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방침인데, 1안이 수용될 경우 우리기업의 미국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운데)가 22일 오후 역삼동 기술센터에서 개최된 '미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
이에 우리 정부와 업계가 부랴부랴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산업부는 삼성과 LG 등 피해기업들이 참석한 가운데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책은 유감 표명과 함께 권고안이 실행될 경우 "WTO 제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게 고작이다.
대책회의 후 산업부는 "이번 미국 ITC 구제조치 권고안이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과 이익을 침해하고 우리기업의 미국 현지공장 가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및 업계는 수입규제 조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 나가되, 구제조치가 불가피할 경우 쿼터 내 관세가 없는 2안이 채택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가 너무 지나치게 저자세로 일관하며 미온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 등 FTA 체결국은 산업피해 판정에 이어 ITC 구제조치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한국산 세탁기는 수입규제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측의 추가적인 관세 부과는 FTA 규정에 위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자발적으로 2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비친 것은 우리측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또한 미국이 불합리한 조치를 단행할 경우에 WTO 제소는 당연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WTO 제소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수동적인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미 행정부·의회 핵심인사에 대한 아웃리치를 통해 세이프가드 반대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