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민준 기자]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가 조선3사에 납품하는 철강제품 가격을 4개월여 협상 끝에 8% 인상에 합의했다. 가격 인상과 함께 납품을 묶어뒀던 후판 물량을 풀기로 했다.
이로 인해 철강업체들은 실적개선에 상당한 탄력을 받는 반면, 조선업체들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 해졌다.
23일 철강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과 하반기 후판 가격을 톤(t)당 5만 원 정도 올리기로 합의했다. 기존 가격인 톤 당 60만 원의 8% 수준이다. 이 가격은 조선사들이 지난 7월부터 공급받은 후판을 정산할 때 소급 적용된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후판.<사진=현대제철> |
철강, 조선업계는 보통 1년에 두 차례 협상을 벌여 후판 가격을 정한다. 올 하반기 협상은 양측이 가격 인상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 해 4개월 넘게 이어졌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 대금의 20% 정도가 후판 구입비다. 반면 철강사는 전체 매출의 10~20%가 후판에서 나온다.
조선업계는 최근 실적 부진을 강조하면서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후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말 톤 당 40달러에서 최근 56달러로 40% 올랐다. 원료탄 가격도 지난해부터 톤당 180달러로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후판 가격은 최근 1년여간 톤당 60만원 수준을 유지해 왔다. 실적부진, 구조조정 등에 들어간 조선업계 사정을 고려해 후판 가격을 사실상 동결해 온 곳이다.
이번 협상에서 철강업계는 이대로 갈 경우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면서 가격 인상을 밀어붙였다. 또, 가격 협상과 대금 결제 지연으로 납품하지 않았던 후판 물량 약 15만 톤을 공급하기로 했다.
철강업체들은 지난 9~10월 후판 생산량을 줄였고, 이 기간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을 수입했다. 올해 철강업체들의 조선용 후판 납품 목표는 75만 톤이다.
현재 국내 조선사가 주로 수주하는 초대형유조선(VLCC) 선가는 약 8000만 달러(약 900억 원)다. VLCC 한 척을 만드는 데 투입하는 후판은 3만원. 이번 후판 가격 인상으로 국내 조선사들은 약 15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전망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도 후판 값 인상에 따라 철강업체와 조선업체 간 수익성이 엇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선박 건조가격을 올려야 조선사가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지만 해외 조선사와 경쟁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강사들은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인상을 주장했던 만큼 후판사업 수익성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