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정한 기자] 문재인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야권의 원성을 샀지만, 정작 여야의 예산안 협상 테이블에선 SOC 예산에 대한 논의가 자취를 감춰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현재 여야가 예산안을 놓고 충돌하고 있는 쟁점은 아동수당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 자금, 공무원 증원 예산 등이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28일 정치권에선 예산안 통과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이 호남 SOC 예산 삭감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텃밭'인 호남을 외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다른 항목에서 일부 감액된 예산을 호남 SOC 예산에 투입해 보전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번주 중으로 감액·증액 심사가 끝나면 야권이 예산을 요구할 수 있는 틈이 생길 것으로 본다"며 "예산안이 본회의에 올라가는 내달 1일 혹은 수정안이 늦어도 2~3일께 제출되면 구체적인 규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문재인 정부가 워낙 '사람 중심' 예산을 강조했기 때문에 SOC 예산을 통으로 야권과 거래하거나 증가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며 "대신 호남지역 등 표가 되는 지역의 일부 예산을 올릴 가능성은 크다"고 귀띔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15일 대구 동구 신천동 유니온빌딩 4층 대구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및 제2창당위원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실제로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호남지역 SOC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증액안을 대거 제출한 상태다.
국민의당 소속 황주홍·정인화 의원과 민주당 소속 안호영 의원 등은 부산·목포 간 일반국도조사 설계 사업과 관련해 100억원 증액을 요구했고, 예산 소위 마지막 심사 당시에도 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 증액 필요성을 호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아동수당처럼 아이들 예산 깎아 호남에 넣자는 게 아니다. 그러면 국민의당은 욕만 먹을 것"이라며 "그보다도 우리는 쟁점법안으로 오른 것 중 불필요한 예산을 최대한 삭감하고 예결위 과정에서 이미 삭감된 부분을 고려해 1조6000억원 정도를 호남 지역 SOC 예산으로 확보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도 "증액 심사가 끝나는 이번주 목요일 쯤 야당이 확보할 수 있는 예산이 5조 정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지금은 SOC 예산에 관심 없는 듯 해도 여야가 본회의 통과까지 물밑거래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새해 예산안 중 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으로 올해 예산과 비교할 때 4조4000억원 감소했다.
[뉴스핌 Newspim]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