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7일 보류안건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보류된 예산심사를 시작했다.
예결위에 따르면 예산안조정소위원회 보류안건심사 소위원회에는 전날부터 여야 3당 간사가 참여해 보류 예산 심사에 착수했다.
앞서 예결위는 지난 24일까지 총 9차례의 조정소위원회를 열어 부처별 삭감 심사를 마무리했다. 그 결과 172건의 사업, 25조원의 예산이 여야 간 입장차로 심사가 보류됐다.
보류 예산이 생긴 것은 여야 간 이견 차이 때문이다.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보류예산으로 남겨 놓고 예결위 여야 간사 협의에 맡긴다.
이번 예산안의 최대 쟁점은 일자리 예산이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순찰인력 등 경찰 3500명, 군 부사관 4000명, 소방관 등 생활안전 분야 4200명 등 국가직 공무원 1만5000명을 증원하기 위한 예산 4000억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주 부담을 보전해주는 예산 3조원이 편성돼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방·복지 등 공공부문에 대한 '원안 고수'를 주장하고 있다. 또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진 만큼 정부 예산으로 최저임금 상승분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정부가 일자리를 만드는 것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해주는 것도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백재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하지만 예산 보류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겨있다. 지역구 예산이 아쉬운 국회의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일정 규모 예산을 보류해 둔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내년도 20%나 예산이 깍인 사회간접자본(SOC) 등 일부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5개월 정도 남겨두고 있어 지역구 의원 간 예산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예산안 심사엔 여야 의원 뿐 아니라 각 부처 관계자들도 참석해 정부 입장을 설명한다. 예컨대 예산소위 감액 심사 땐 국회의원이 정부보다 우위를 자치하게 된다. 예산을 삭감하려는 국회의원들 앞에서 정부 측 관계자는 한 푼이라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사안에 따라 밤샘 논의가 벌어지기도, 때때론 여야 의원 간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하지만 증액 심사에 들어가면 입장이 뒤바뀐다. 헌법 57조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이 예산을 늘리려면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지역구 민원 예산을 집어넣으려는 국회의원들은 이번에는 감액 때와는 반대로 정부 측에 사정을 해야 한다. 이때 보류 예산을 '흥정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정부를 상대로 보류 예산을 깎겠다고 하면서 증액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쪽지예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쪽지예산은 과거 휴대폰이 상용화되지 않던 시절, 의원들이 예산편성요구를 쪽지에 써 계수조정위에 전달하던 관행에서 유래됐다.
국회 관계자는 "이번 예결위 예산안 심사도 결코 쉽게는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여야는 물론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의원 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