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오채윤 기자] 담뱃갑에 혐오 경고그림을 도입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2월23일 법이 발효됐고, 실제 시중에서 경고그림이 그려진 담배가 팔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지난 6월29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공개한 담뱃갑 흡연경고 그림에 대한 대국민 인식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성인 흡연자의 절반(49.9%)이 경고그림을 보고 금연결심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래픽=뉴시스> |
하지만 실제 흡연율 감소 측면에서 보면 그 효과는 미미하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도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흡연율은 23.9%를 기록했다. 2014년 24.2%를 기록했다가 2015년 1월 담뱃값 2000원 인상 영향으로 다음 해 22.6%로 떨어졌지만, 작년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이에 담배 포장을 경고문구 등으로만 채우는 ‘플레인 패키징(Plain Packaging)’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플레인 패키징은 모든 담배 포장을 올리브색 등 한 가지로 통일하고 담배 브랜드나 광고성 문구, 이미지를 넣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광고 대신 경고문구와 끔찍한 질병 사진이 담뱃갑 겉면을 꽉 채우는 포장법이다.
하지만 담뱃갑 경고그림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경고 그림 보기 싫으면 케이스 사용하면 된다”, “금연하겠다는 생각 안 든다. 단순히 해외 정책 따라하는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담배갑의 경고그림을 가리거나 회피하기 위한 담배케이스, 스티커 등이 인기다.
일부 담배소매점에서는 담배와 함께 담배케이스 등을 판매, 흡연자들이 담배갑의 경고그림을 회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명품 담배 케이스. <사진=온라인 쇼핑몰 캡처> |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단지 담배의 혐오사진을 가리기 위한 용도 외에도 사용과 휴대성을 고려해 디자인 된 담배 케이스를 팔고 있다.
남성지갑과 여성지갑, 가방 등을 주로 판매하는 한 명품브랜드는 담뱃갑 경고그림으로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가죽 담배케이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담배 케이스 브랜드 업체 관계자는 “휴대폰 케이스처럼 담배 경고그림을 가리면서도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다”며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로 다른 신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담뱃갑 경고그림의 본래 목적과 다르게 새로운 분야의 사업이 호황을 맞은 상황에서, 경고 그림 표기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판매점 담배 진열을 금지하는 곳은 58개국에 이르지만 한국은 규제하지 않는다. 건강증진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전국 학교 주변 200m 이내 지역의 담배판매점 3000곳 중 91.0%에서 담배를 광고하고 있었다.
흡연자 정모(28)씨는 "담배 판매점에서 모두가 볼 수 있게 담배 광고가 노출된 것도 문제"라며 미흡한 정부의 담배광고 규제 정책을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