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봄이 기자] 신세계그룹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금 하락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가운데 다른 유통 대기업들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CJ 등 유통 대기업들은 신세계의 근로시간 단축을 파격적인 실험으로 평가하면서도 공식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임직원들이 임금 하락 없이 하루 7시간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신세계의 주 35시간 근무는 모든 계열사에 해당되며 본사 근무자와 점포 근로자에게도 적용된다.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주 35시간 근무제는 국내 대기업 중에 처음 실시하는 것이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대기업이 기업 문화를 선도하면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면서 "CJ 역시 기업문화 개선을 주도해 왔고, 지난 5월에 기업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롯데 관계자도 "기업 문화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 제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실효성 부분 등에 대해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통업체 특성상 생산 공장 등에서 주말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많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마다 문화나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제도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도는 좋지만 아직 지켜봐야하는 상황인 것 같다"면서 "칼퇴근하는 문화가 형성된 다음에 제도가 뒷받침되면 더 수월할 것 같다"고 전했다.
스타필드고양 내부 모습(참고사진) <사진=뉴시스> |
신세계 관계자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제도와 관련, "그룹에서 2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며 "장시간 근로 문화를 개선해 임직원들에게 휴식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 선진 근로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유연근무제 등 근로 문화에 대한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보이고 있다. 롯데는 현재 계열사 19개에서 운영 중인 'PC오프 (PC-OFF)' 제도를 전 계열사에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PC오프제는 퇴근시간 30분 이후와 휴무일에 회사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시스템이다.
또 초과 근로에 대해 임금 대신 휴가로 보상하는 제도인 ‘근로시간 저축 휴가제'를 적용한다. 업무시간 외 모바일을 이용한 업무 지시는 금지하는 '모바일 오프' 제도는 내년부터 계열사별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CJ그룹은 지난 5월 기업문화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CJ는 자녀를 둔 임직원에게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게 했다. 임신·출산과 관련해선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의 지원책을 내놓았다.
임직원들이 5년 마다 최대 한달간 재충전과 자기 개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챌린지' 제도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근로문화 정책에 발 맞춰 많은 기업들이 관련 제도를 내놓고 있다"면서 "실질적인 환경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줄 지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장봄이 기자 (bom22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