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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의 재무제표 X-RAY] 이수화학, 빨래 세제 뒤의 '숨은 진주'

기사등록 : 2017-12-1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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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 세제 원료인 LAB(연성알킬벤젠) 국내 시장 독점, 해외 4위 기업
공급 과잉 해소로 수익성 개선 전망

[편집자] 이 기사는 11월 20일 오전 11시28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이민주 전문기자] 세탁기에 빨래를 넣을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세제(洗劑. Detergent). 우리에게 친숙한 물건이다. 먼지나 때가 묻은 옷을 세탁기에 넣고 세제와 함께 돌리면 금세 뽀송뽀송해진다.

 
  LG생활건강 세제 제품 샤프란.

그런데 이 세제의 원재료가 LAB(Linear Alkyl Benzene. 연성알킬벤젠)이고, 국내와 해외의 LAB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이 이수화학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수화학은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공장에서 LAB을 생산해 LG생활건강, CJ 라이온, P&G, 유니레버 등의 국내외 업체에 공급한다. 연간 생산량 28만톤(중국합작법인 포함)으로 글로벌 4위이고, 국내에선 유일하게 LAB를 생산한다. 매출액 비중은 내수 5%, 수출 95%다.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있으니 세제 수요가 해마다 증가할 것이란 사실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성장 산업에 속해있고, 국내와 해외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니 이익률이 높아야 하지만 그간 이 회사의 수익성은 저조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2%였고 2015년에는 제로(0.0%), 그 이전 2년간은 적자였다.

이수화학 주요 재무지표(K-IFRS 연결 기준). 출처 : 이수화학 2016년 사업 보고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해답은 공급 과잉에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LAB 수요가 증가하자 2012~2013년 2년간 중국, 중동의 경쟁사들이 총 35만톤의 공장 증설에 나섰고, 이로 인해 공급이 넘쳐났다. 세제 원료인 LAB 가격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정확히 따른다. 

그런데 이 같은 공급과잉이 작년부터 달라지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LAB가 수익이 나지 않는 산업으로 전락하다보니 공장을 증설한 기업은 지난해 3월 태국 라빅스(Labix)의 10만톤 증설 이후 없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파라비 페트로케미칼(Farabi Petrochemical)이 10만톤 규모의 증설을 계획했지만 입찰 지연으로 완공 시점이 내년 12월에서 2019년 10월말로 연기됐다. 향후 2년간 신규 증설이 없는 셈이다.

이처럼 공급은 정체 상태인데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다보니 지난해 말부터 LAB 시장이 공급자 위주로 턴어라운드했다. 이수화학의 공장 가동률은 100%에 근접해 있다.  

이수화학의 공장 가동률. 출처 . 이수화학 2017년 3분기 사업 보고서.

LAB 가격 상승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월 톤당 1058달러이던 글로벌 LAB 가격은 올해들어 1200달러를 돌파했다. 다만, 최근 중국 기업의 일시적 과당 경쟁으로 LAB 가격은 1150달러 안팎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LAB 가격 추이. 출처 : 신한금융투자.

향후 LAB이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전환되면 다시 한번 신규 공장 증설이 이뤄질 수 있다. 그렇지만 공장 착공에서 완공까지는 2년 이상이 걸리고, 지난해 이후 공장 신규 착공 계획을 발표한 곳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파라비 페트로케미칼 외에는 없다는 점이 적어도 향후 2년간은 확실하게 공급자 위주 시장일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글로벌 LAB 공장 증설 현황. 출처 : 삼성증권.

이수화학은 배당도 후하다. 이 회사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2015년에도 배당금 300원을 지급했다. 올해는 이익률 개선으로 배당금 500원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 배당수익률로 계산하면 3.3%이니 시중 은행 이자율을 초과한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LAB 공장 증설과 여기에 따른 수급 변화는 향후 인구 추이만큼이나 정확하게 예측 가능하다. 수능 시험에선 누구나 동일한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주식 투자자들은 '쉬운 기업'을 택할 수 있다. 제조 공정과 가치 사슬이 난해한 기업보다는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 성공 투자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뉴스핌 Newspim] 이민주 전문기자(hankook6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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