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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민주 전문기자] 요즘 참치 가격이 연일 신고가다. 18일(현지시각) 현재 참치 통계 사이트 아튜나닷컴에 따르면 국제 캔용 참치(가다랑어. Skipjack) 가격은 톤당 2300달러로 최근 10년만에 사상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에 캔용 참치 가격 최고가는 2013년 5월 2350달러였다.
참치 가격이 이렇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엘니뇨와 라니냐 영향으로 태평양 어장의 수온 변화가 빈번하게 발생, 참치 공급(어획)이 불규칙해졌기 때문이다. 참치 가격이 급등하면 참치 잡는 회사(원양 어업 회사)는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가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일한 양의 참치를 더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내의 대표적인 원양 어업 회사인 신라교역 주가는 요즘 지지부진하다.
신라교역은 참치캔에 사용되는 가다랑어 조업 분야의 대표 기업이다. 흔히 '참치'하면 동원산업을 떠올리지만 신라교역의 가다랑어 생산량은 동원산업과 유사하다. 신라교역은 가다랑어를 낚는 선망선 보유 척수가 6척으로 동원산업의 17척보다 적지만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어 척당 조어량이 높다.
참치가격 고공행진에도 신라교역 주가는 왜 지지부진한걸까.
가장 큰 이유로는 올해 주식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초대형 반도체주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하지 않은 기관. 외국인, 개인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라교역의 재무제표를 찬찬히 뜯어보면 아무리 초대형주 위주 장세라고 하더라도 언제까지 이렇게 초저평가된 상태로 남아 있을 것인가하는 궁금증을 낳게 한다.
우선, 이 회사의 자산가치는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 넘는다. 지난 15일 발표된 3분기 사업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2069억원으로 시가총액(2544억원)의 81%에 해당한다.
신라교역의 현금성자산 내역(2017년 3분기 별도 재무제표). |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에는 매출채권 653억원도 포함돼야 합리적이다. 이 회사는 가다랑어 참치를 낚아 미국, 아시아 등의 에이전트에 판매하는데, 장기 고객과 지속적으로 거래하다보니 매출채권 대부분이 30~90일에 현금화된다. 미회수율이 미미하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신라교역의 매출채권 내역(2017년 3분기 별도 재무제표). |
부채비율 14%로 완전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으니 문 닫을 위험이 없으면서 풍부한 자산가치를 보유한 기업임을 알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이 회사는 투자부동산 29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연 7억5000만원의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 매출채권, 투자 부동산을 모두 합치면 3012억원으로 시가총액(254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수익력과 현금흐름 창출력도 탁월하다. 이 회사는 대여금(Loan)이라는 특이한 계정과목을 갖고 있는데, 이는 해외 합작사에 빌려준 돈이다.
신라교역의 대여금 내역(2017년 3분기 별도 재무제표). |
이 대여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입이 연평균 70억원이다. 가만히 있어도 70억원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동일한 돈을 제공하더라도 이자를 받으면 대여금, 그렇지 않으면 선급금이다). 덕분에 이 회사는 1~3분기 영업현금흐름 279억원을 기록했다. 연말이면 37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의 올해 예상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3960억원, 영업이익 220억원, (지배지분) 순이익 305억원으로 전년비 각각 30%, 272%, 10% 증가할 전망이다(K-IFRS 연결기준). PER(주가수익배수) 한자리수(8.3배)의 저평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배당은 덤이다. 이 회사는 해마다 250원 가량을 배당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배당 수익률 1.6%이다. 요즘 은행 이자율이 2%이니 사소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주가는 결국 기업 실적을 따라 간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회사의 실적 변수인 향후 참치 가격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잠깐!] 참치잡이 선박의 종류
참치를 잡는 방식으로는 어군 탐지기를 이용해 참치가 대량으로 몰려 있는 해역을 찾아내 그물을 투척해 어획하는 선망식과 선박에서 낚시대를 내려 한마리씩 잡는 연승식이 있다. 선망선은 참치캔에 쓰이는 가다랑어 참치를 낚는 데 사용되며, 연승선은 횟감용 눈다랑어(Bigeye tuna)를 낚는 데 사용된다. 선망식 원양 어업 회사로는 신라교역, 동원산업, 사조산업이 있다.
[뉴스핌 Newspim] 이민주 전문기자(hankook6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