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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대우건설 몸값이 1조8000억원 정도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내심 2조원대 매각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데다 대형 '물주'가 참여하지 않아 예비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의 예비 인수후보자(숏리스트)들은 인수 가격으로 1조5000억~1조8000억원을 희망하고 있다.
시장가격보다 과도하게 높은 금액으로는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의 미래 가치를 고려한 매각가격을 희망하고 있지만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그 기준이 너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숏리스트 기업들이 인수가격으로 1조5000억~1조8000억원을 제시하고 있고 이 중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호반건설보다는 자금력을 갖춘 중국 기업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사옥 모습<사진=이동훈기자> |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지 않아 2조원대 매각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11일 현재 대우건설의 시가 총액은 2조6500억원이다. 지분 50.75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도 시장가치는 1조7000억원을 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숏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은 산업은행이 요구하는 2조원대 매수는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
미래 가치에도 평가가 엇갈린다. 산업은행은 매각을 본격화하기 위해 작년 4분기 대우건설의 잠재적 부실을 모두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이 작업으로 영업손실 7692억원, 당기순손실 8498억원을 떠안았다. 회계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처리한 만큼 추가적인 부실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3분기도 해외사업 부실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카타르 고속도로와 모로코 사피 발전소를 비롯한 사업장에서 총 17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한 것. 2500억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됐던 3분기 실적은 1136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이 사업장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 4분기에도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해외 사업장의 부실이 여전히 남은 셈이다.
예비 입찰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미래가치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지만 현재 가치로만 보면 1조5000억원도 비싼 수준”이라며 “매각가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관측되지만 시장가치에서 크게 벗어난 가격을 제시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흥행 부진에 곤란에 빠진 산업은행은 일단 매각가 2조원대에 집착하진 않을 방침이다. 매각을 추진할 당시엔 대우건설 주가가 8000원 안팎이었다. 매각공고와 예비입찰 기간에 주당 1만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되레 5000원대로 추락했다. 매각가를 내부적으로 재검토하는 상황이다. 시장가치가 급락했지만 미래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가격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산은 계산이다.
다음주 산업은행은 국내 기업인 호반건설과 중국 기업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사모펀드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을 대상으로 경영진 프레젠테이션(PT)를 진행한다. 기업 실사의 마지막 단계로 인수가격, 경영 계획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논의된다.. 본입찰은 이달 말 이뤄질 예정이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선 매각일정이 진행 중인 만큼 인수 제시가격이 낮다고 해서 일정을 취소하거나 재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상식적인 수준에서 대우건설 몸값이 결정된다면 내년 초 새로운 주인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