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탁윤 기자] 민간기업 포스코의 회장 선임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악습이 재연될 조짐이 다. 권오준 현 포스코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방문 경제사절단에 잇따라 빠진 것이 '교체 수순' 아니냔 추측을 낳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 정부 지분이 하나도 없어 한국전력 등 기타 공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민간기업이다. 적폐정산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에서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회장을 교체하려는 시도야말로 '적폐중의 적폐'란 지적이 나온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이형석 기자> |
12일 재계와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2014년 포스코의 제 8대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임기 3년을 마치고 지난 3월 회장에 재선임됐다. 남은 임기는 오는 2020년 3월까지다.
아직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음에도 정치권과 철강업계에선 권 회장 교체 얘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고위급 인사가 전직 사장 출신을 회장 후보로 밀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포스코 내부에서도 차기 회장직 도전을 놓고 이번 연말을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권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잇따라 빠진것을 놓고도 청와대와 포스코간 '불편한 동거' 때문 아니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권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3년말 회장 선출 과정에서 최순실씨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포스코측은 그러나 이같은 확인되지 않은 추측들에 대해 어디까지나 '소문'일뿐이라며 적극 부인하고 있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그렇게 말을 만드는 사람들이 지금 막바지 아니냐, 지금 시기가 아니면 회장을 새롭게 하고 싶어도 선임하고 고르고 하는 시간이, 내년 주총(3월)때까지 따지면 시간이 없다"며 "매번 나오는 얘기"라고 귀띔했다.
포스코의 이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회장 교체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역대 정권 교체기마다 포스코 회장들을 바꾼 전력때문이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초대회장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이유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황경로 회장, 정명식 회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후 김만제 회장은 김영삼정부에서는 임기를 채웠지만 김대중 정부 때 중도 사퇴했다. 1996년 취임한 유상부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사퇴했다. 2003년 취임한 이구택 회장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9년 중도사퇴했다. 이구택 회장 후임으로 2009년 선출된 정준양 회장 역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자진사퇴했다.
포스코는 이같은 반복되는 정치적 외압을 막고 회장 인사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이사회 중심의 CEO후보 추천위원회를 가동중이다.
올해 3월 새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최근 회장 교체가 논의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난주 금요일에도 이사회를 했지만, 전혀 그런 얘기가 없었다"며 "이사회에서 모르는 얘기를 누가 자꾸 하는지 알길이 없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인 포스코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주주의 사적 자치가 훼손되는 것이고 낙하산 논란과 함께 나중에 경영이 잘못됐을때 책임도 물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이런것이야말로 잘못된 관행, 청산해야할 적폐중의 적폐"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