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이 불합리하게 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13일 언론사 경제·금융부장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지난 2015~16년 금융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지적한 사항들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지 않았다"면서 "올해도 일부 지주사의 지배구조를 검사했는데 전반적으로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불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어 "상식적으로 현직 회장이 연임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배제되야 하지만, 어느 지주사에서도 이것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그렇다 보니 의혹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내·외부 회장 후보군을 구성하는데 경영진이 과도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고, CEO 승계 프로그램도 형식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현재 지주사들의 지배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검사를 준비 중이다.
최 원장은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저해할 생각은 없고 특정 개인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는다"면서 "금융회사의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내부 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13일 언론사 경제·금융부장단과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 왼쪽은 유광열 수석부원장, 오른쪽은 민병진 부원장보.<사진=금융감독원> |
최 원장은 CEO승계 프로그램을 규범화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상시적인 CEO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해 후계자 양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직 회장의 연임 이후 아무도 신경쓰지 않다가 임기가 끝날 때가 되면 다시 논란이 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후계자 양성과 후보자 추천을 상시적으로 체크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지배구조 시스템을 만들어서 CEO승계 프로그램을 상시 프로세스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금융지주 내에 후보군 추천이나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 전무한 점을 지적했다.
최 원장은 "후보군을 선정할 때 '이 사람은 은행만, 혹은 보험만 해서 안 된다'라는 식으로 배제하다 보니 결국 회장 후보 본인만 남는다"면서 "적어도 금융지주사 회장이 되려면 증권, 보험 등 여러 분야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 하는 만큼, 후계자에게 충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외이사 제도의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회사 경영진이 사외이사를 주로 평가하다보니 그들의 입맛에 맞게 평가한다"면서 "사외이사에 대한 사외이사들끼리의 평가, 순차적인 교체 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이사제에 대해 그는 "제가 서울시향에 있을때 노동이사제를 직접 경험했는데, 노동이사제도 선출된 사람이 노조의 입장만 대변하면 이사회 운영이 정말 어려워지더라"면서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선출된 사람이 근로자를 대변할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최 원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통화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입장과 이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별개로 본다"면서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올해 금융투자업계에서 활용토록 했고 내년에는 은행과 보험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투기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우려가 많다. 현 단계에서는 제도권 금융회사가 직접 거래를 하거나 그런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금지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