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 기자 A씨는 올 초 핀테크 관련 업체의 한 직원 B씨로부터 비트코인 5000원 어치를 선물 받았다. 비트코인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에서다. 당시 개당 120만원 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2100만원 선으로 올랐다. A씨가 선물 받은 비트코인은 현 시세로 따지면 8만원이 넘는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한 사람으로부터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수수할 수 없게 정했다.
그렇다면 A와 B처럼 비트코인을 주고받는다면 김영란법 위반일까?
김영란법은 원칙적으로 직무관련자(B)가 공직자(A)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의 목적으로 5만원 이하의 선물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한다.
비트코인을 금품으로 본다면 법 위반이고, 금품이 아닌 물품으로 본다면 선물액 한도 이하이므로 허용될 수 있다.
비트코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김영란법의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는 비트코인이 선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즉, 비트코인은 환금성이 있으므로 금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는 청탁금지법상 선물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법상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직무관련성이 있는 자가 이를 주고받으면 돈을 주고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법률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 정부 기관마다 다른 비트코인 성격 규정
이처럼 비트코인을 ‘금전과 유사한 것’으로 보는 해석은 이제까지의 정부 입장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는 통화나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근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의 성격을 두고 정부 기관간 견해 차가 있는 셈이다.
예컨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국내 증권사의 선물거래 중개를 불허했다. 반면 국세청은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해 과세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법무부는 아예 가상화폐 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인식한다. 이런 와중에 권익위는 오히려 가상화폐의 금전적 성격을 인정했다.
가상화폐 자체의 이중적 성격 때문에 이런 인식차이가 나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내재가치가 불분명하고 가격 변동이 심하다는 점에 비춰보면 화폐적 성격을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거래소를 통해 손쉽게 현금화가 가능하고 일부 상점에선 결제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정부에서 비트코인이 휴지조각이고 그 가치가 '제로'라고 말하지만, 권익위는 금전적 성격에 주목해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는 일련의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