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판 양적완화'로 불리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만기가 올해 말을 끝으로 종료된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자본건전성 비율이 펀드조성 당시보다 양호해졌고 향후에도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만큼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삼성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28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임시 본회의에 자본확충펀드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실무진 선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과 관련해 자본확충펀드 안건을 꾸준히 보고했고, 한은 금통위는 이 과정에서 자본확충펀드가 자연스럽게 종료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김봉기 통화정책국 팀장은 “정부의 출자로 국책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상당 폭 개선됐다”며 “도입 시와 비교해보면 시스템리스크 확산을 우려할 정도로 위험하지 않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당초 계획대로 종료하는 것에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자본확충펀드는 설립 당시 논란이 많았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이 특정기업인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 동원돼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당시 이주열 총재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문제는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라며 박근혜 정부와 날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조선·해운업 등 부실기업의 상환부담이 은행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해 임시 금통위를 통해 펀드를 승인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건전성에 문제가 생겨 캐피털 콜을 요청할 시 한은은 10조원 한도 하에서 은행의 코코본드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한은의 매입 금리를 시장금리보다 높게 하는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정말 필요 시에만 조달하도록 제한을 뒀다.
다만 펀드 운용 기간 동안 캐피털 콜 사례가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자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특정 기업이 도산위기에 빠질 경우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형성시키는 데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팀장은 “기본적으로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상환부담으로 은행권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조성한 것이기 때문에 특혜 의혹과 펀드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며 “시스템리스크 우려가 줄었기 때문에 올해를 끝으로 종료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결정은 정부 측과의 논의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간 기관 간 협의를 진행했고 종료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