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성수 기자] 앙골라가 달러화 부족 사태에 직면해 달러 페그제를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내외 부채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에 돌입할 것임을 시사했다.
크완자 <사진=블룸버그> |
4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앙골라의 호세 드 리마 마사노 중앙은행 총재와 아체르 망구에이라 재무장관은 자국 부채 재조정을 위해 달러에 고정 연동돼 있던 자국 통화 크완자의 가치를 일정 범위에서 자유변동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 밝혔다.
마사노 총재는 크완자 화의 평가절하 위험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면서 "지금 환율은 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페그(peg)는 '말뚝', '고정하다'라는 뜻이다. 한 나라의 통화 가치를 특정 국가 통화에 고정시켜 환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걸 페그제라고 한다.
앙골라는 2014년 중반 이후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고전해왔다. 2016년 경제 성장은 멈췄고, 외환보유액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블룸버그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2017년 초 200억달러 수준이던 앙골라의 외환보유액은 11월까지 142억달러까지 내려섰다.
현재 미국 달러화 대비로 166크완자 선에서 고정된 앙골라 환율에도 불구하고, 현지 암시장에선 400크완자 이상의 수준에서 달러를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앙골라 당국은 그 동안 암시장을 단속하고 외환 도피를 막기 위해 달러화 등 외화의 해외 송금을 제한해왔다.
이날 망구에이라 재무장관은 정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내외 채권자들과 채무 조정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앙골라의 대외 채무는 380억달러 수준이며, 이 채무 만기와 이자율 부담을 재조정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채무 조정 계획이나 내용을 발표하지는 않은 채, 필요할 경우 추가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신흥시장 부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크완자 가치가 하락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공식 환율은 현재 달러당 165크완자에서 200크완자가 될 것이며 이로써 크완자 가치가 약 2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크완자 가치가 더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며 "크완자가 암시장에서 달러당 350크완자를 밑돌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앙골라 정책당국자들은 크완자가 큰 폭 약세를 보일 경우 앙골라의 부채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앙골라의 총 공공부채가 75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63%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이 중 국내 부채는 300억달러, 해외 부채는 450억달러로 추산했다.
앙골라는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아프리카에서 석유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