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소상공인 상가 임대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연장 등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상가임대차법)'이 국회에서 수개월 넘게 잠들어 있다. 정부는 급한대로 시행령을 고쳐서 상가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했다. 정부는 상가임대차법이 이른 시일 안에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9일 기획재정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상가임대차법 개정을 추진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 논의는 멈췄다.
◆ 정부, 상가임대차법 개정 추진…답장없는 국회
정부는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인상 지원 대책을 내놨다. 3조원 규모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과 상가임대차법 개정 등이 대책에 담겼다. 상가임대차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계약갱신청구권 연장, 권리금 보호 대상에 전통시장 포함, 재건축으로 건물 철거 시 임차인 보호,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신설 등이다. 현재 여당 의원 중심으로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머물러 있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기간 연장이 대표 사례다. 2016년 6월 홍익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계약갱신요구권 관련 내용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계약갱신 요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자는 내용이다. 법사위는 지난해 이 방안을 딱 1번 논의했다.
이에 앞서 백재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전통시장 권리금 보호 관련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리금 적용 제외 대상에서 전통시장은 빼자는 게 핵심이다. 법사위는 이 개정안 또한 지난해 딱 한 번 안건으로 올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가임대차법 개정 관련해 여러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며 "조속한 법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회 논의와 별도로 정부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가임대차법 개정 시 부작용이 없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시행령 개정, 임대료 인상률 제한…상생협약 등 경제정책방향 구체화
법 개정이 늦어진다고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서둘렀다. 법무부는 2017년 12월 상가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현 9%에서 5%로 낮추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아울러 환산보증금 액수를 지역별로 50% 넘게 올리는 내용도 시행령 개정안에 담았다. 환산보증금은 상가임대차법 적용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다. 이 기준을 올렸다는 얘기는 더 많은 상가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1월 안에 시행령을 적용한다는 목표다.
서울 샤로수길 상권 한 카페 <사진=오찬미 기자> |
정부는 또 상가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 내놓은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 담은 내용을 구체화한다. 정부는 상권 주체끼리 임대료 인상 자제와 같은 상생협약을 맺으면 자금 지원을 해주겠다는 당근을 제시한 바 있다.
기재부 정책조정국 관계자는 "상생협약 등 경제정책방향에 담은 내용을 구체화해 빠르면 1월 안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유통 분야 표준계약서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납품 제품 원가가 오를 때 영세기업이 유통업체에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