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글로벌 금융 시장이 연초부터 주요국 중앙은행의 행보에 일제히 술렁이고 있다. 일본은행(BOJ)의 채권 매입 축소로 글로벌 긴축 공조 경계감이 고개를 든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PBoC)도 미 국채 매입을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요국 금리가 급등했다.
10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2.6%가까이까지 올라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플레이션' 기대가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초 이후 보지 못했던 수준이다.
독일 10년물 금리는 6개월래 최고치인 0.54%까지 올라섰다.
이날 미 재무부의 10년물 국채 입찰에 높은 수요가 몰려들면서 금리가 일단 진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1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금리 급등의 진앙지는 BOJ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 축소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예상에 연초 꾸준히 오르던 주요국 금리는 지난 9일 BOJ가 공개시장조작에서 초 장기물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했다고 발표한 뒤 오름폭을 키웠다. 통화 완화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던 BOJ가 ECB와 연준에 이어 부양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부상한 까닭이다.
이후 PBoC의 재료가 가세하면서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10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관료들이 외환보유고 상태를 점검해본 뒤 미 국채 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 미 국채 매입 축소나 매입 중단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채 뿐 아니라 외환 시장에도 충격파를 던졌다. 뉴욕 외환시장서 달러/엔 환율은 이날 1% 넘게 하락해 111엔 초반 선까지 내려갔다.
OANDA의 크레이그 앨람 수석 시장 분석가는 "중국이 더 이상 미 국채를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지 않는다는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중국이 미 국채 최대 보유국 중 하나인 만큼 여파는 클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반응에 대해 5년 전 연준 발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이 연상된다고 말했다. BOJ와 중국의 재료가 시장에서 회자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출렁이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긴축 재료에 민감해져 있다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시장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이 실시한 통화 부양책의 종료 여부와 종료 시기를 두고 민감해져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과 ECB, 영란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에도 불구하고 빠른 긴축에 나선다면 지난 2013년 테이퍼 텐트럼 때와 같은 격렬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번엔 연준이 아닌 BOJ발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연준과 ECB는 각각 월간 채권 재투자와 자산 매입 규모를 알기 쉽게 명시해 놓은 반면에, BOJ는 10년물 금리를 '제로(0)' 부근에서 유지한다고 했을 뿐, 다른 만기 국채에 대한 금리 목표는 설정하지 않았다. 또 물가가 상승하면 10년물 금리 목표치를 어떻게 변경할 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시장 저변에는 글로벌 경기 확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세제 개혁안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깔린 상태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BOJ가 ECB처럼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장은 진짜든 상상이든, 어떤 신호에도 공격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