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석학들이 주식시장의 과열 경고에 한목소리를 냈다.
주가 조정이 반드시 오는 것은 물론이고 매우 파괴적인 형태로 전개될 것이라는 경고다. 공포스러운 증시 급락이 뚜렷한 계기나 악재 없이 찾아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WEF에서 발언 중인 로버트 쉴러 교수 <출처=블룸버그> |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바클레이스와 씨티그룹, 칼라일 그룹 등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금융권 리더들이 상승 일로의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해 커다란 우려를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올 들어서만 3조달러 이상 불어난 상황.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광범위한 경제 성장과 올해 낙관적인 전망을 감안하더라도 주가 상승 열기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잠재 리스크를 외면하는 한편 고점에 안주하려는 투자 심리가 지난 2006년과 흡사하다는 의견과 함께 갑작스럽고 가파른 조정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보스 곳곳에서 제기됐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바트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무감각해졌다”라며 “과열이 일정 부분 해소되지 않은 채 조정이 나타나면 더욱 파괴적인 형태의 조정이 전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스의 제스 스텔리 최고경영자는 최고치 주가와 최저치 변동성이 영속 불가능하며, 주가 상승 열풍이 10여년 전 위기 이전 상황과 흡사하다고 진단했다.
2007년 말 전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했던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유포리아를 연출했던 2006년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가 시장의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주식시장이 강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금융위기 관련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하버드 대학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WEF의 패널 토론에서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를 경고했다.
그는 “핵샘물가의 움직임으로 볼 때 이미 미국 인플레이션이 올해 2% 혹은 그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칼라일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 설립자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투자자들이 올해와 내년 침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일반적으로 대중이 향후 경기에 대해 강한 신뢰를 가질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예일대학의 로버트 쉴러 교수는 CNBC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무엇이 조정을 일으킬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조정은 악재 없이 발생할 수 있다”며 “버블 자체만으로 급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이번 강세장의 배경으로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미국 정치권을 지목하지만 주가 강세는 미국만의 상황이 아니며, 정확한 주가 상승 동력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증시는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방향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